미국 '바이오 우선주의'에 바빠진 바이오 기업들

김명지 기자 2022. 10. 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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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SK바사⋅롯바..현지법인 설립·공장 증설 속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최형석 바이오연구소 연구기획팀장(왼쪽)과 이재선 CDO개발팀장(상무)가 6일 오전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바이오 지식콘서트'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에 이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뼈대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국 바이오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결정하고 이를 내부에 공지했다. 초대 현지 법인장은 김훈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맡았는데 법인 설립 후보지와 법인 규모는 추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현지법인은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와 신규 사업, 연구개발(R&D) 과제 발굴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의 ‘바이오 우선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CTO는 녹십자 출신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개국 공신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 만큼 중요한 사업이 진행될 것이란 해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뼈대로 한 ‘국가 생명공학과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14일 후속조치로 20억 달러(약 2.7조 원) 이상 투자 계획을, 미 보건부는 별도 이행조치를 발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했고 끝내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유행이 점진적인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실적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당장 이날 SK바사의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추청지)를 한참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자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스카이코비원)이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세계보건기구(WHO) 등 해외에선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7월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와 EMA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9월 WHO에 허가 신청했지만, 세계 시장을 뚫으려면 결국 미국을 넘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위탁개발사업(CDO) 개발팀장 상무는 “(미국 바이오 우선주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플랜트 건설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CDO사업의 경우 생산까지 해서 수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안다”며 “향후 사업화 과정에서 원재료 확보하는 부분(국내 거점을 둔 것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지역을 신규 공장 후보지로 점찍었다. 다만 해외 진출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투자와 함께 인수합병(M&A) 전략도 함께 검토고 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달 링크드인에 포브스가 삼성전자를 2022년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텍사스 최고의 고용 친화 기업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두 지역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규 공장 후보지로 점찍은 곳이다.

대기업들이 서두르는 것은 외환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해외 진출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인수 계약을 맺은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이달 안에 마무리하고 공장 증설 나설 계획이다. 이 공장의 인수가격은1억 6000만달러(약 2200억원)다. 올 초 계약 당시만 해도 한화로 2000억 정도면 충분했는데,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비용이 10% 이상 늘어난 상태다.

업계에선 미국의 ‘바이오 우선주의’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중국을 겨냥한 안보 정책인 만큼 국내 기업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해석이 하나다. 또 다른 한편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대형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에 영향이 올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있다.

업계는 당장 대응책 논의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의 관련 발표 당일 간부 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달 14일 의약품·의료기기 관련 업계와 전문가 태스크포스(TF)회의를 통해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복지부 주관 관계 부처 협의체를 구성해서 지난달 23일 미국 대사관과 행정부 면담으로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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