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미·중 양대 기지 구축.."후공정 대대적 투자"
(지디넷코리아=유혜진 기자)반도체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가 이제 기술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 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 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부: 세계는 반도체 전쟁
2부: 한국 반도체 신화는 계속된다
3부: 전문가에게 듣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된 반도체대전(SEDEX) 기조연설에서 “컴퓨팅 환경이 변하니 메모리 반도체 기술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반도체 패키징은 얇게 만드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 성능 올리는 데 관심을 둬야 한다. 미래에는 융·복합 기술로 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 지 잘 보여준 발언이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최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테스트)에 대한 첨단기술 투자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제2의 K-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후공정을 키워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행보다.
그 중심에 SK하이닉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과 중국에 양대 기지를 구축하면서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키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기존 기술로는 한계를 느껴 후공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패키징 공장에 20조 투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상회동 때 “SK그룹은 미국에서 반도체·배터리·바이오에 220억 달러(약 30조원)를 새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 가운데 150억 달러를 반도체 패키징 공장(Fab·팹)과 연구개발(R&D)에 쓰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패키징이란 반도체 칩을 탑재할 기기에 맞는 형태로 포장하는 후공정이다. 집적회로와 전자기기를 연결하고 고온·다습·화학약품·진동·충격으로부터 회로를 보호한다. 전공정은 이에 앞서 반도체 실리콘 원판(웨이퍼)을 만들고 여기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공정에 투자하려고 검토 중”이라며 “공장을 어디에 지을지 내년 상반기 부지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언제 공사를 시작할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중국서도 반도체 패키징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도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충칭에 낸드플래시 후공정 공장이 있다. D램과 낸드를 패키지 하나로 묶은 내장형 멀티 칩 패키지(eMCP), 내장형 멀티 미디어 카드(eMMC), 대용량 저장 장치(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범용 플래시 저장 장치(UFS) 등을 취급한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7월 충칭 후공정 생산법인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14년 9월 준공했다. 2017년 12월 증설을 결정했고 2019년 6월 2공장을 완성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 현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충칭에는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도 많다”고 전했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생산 공장과 8인치 파운드리(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다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뒀다.
"업계 최초 TSV 기술 적용 HBM 개발"
SK하이닉스는 차세대 패키지 기술로 웨이퍼 레벨 패키지(WLP)를 주목했다. WLP는 웨이퍼 레벨에서 전기적 연결과 몰딩 작업까지 끝내고 칩으로 자르는 방식이다.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잘라 칩을 포장하는 기존의 컨벤셔널 패키지보다 발전했다. 칩 크기 그대로 포장해 초소형 제품을 만들기 쉽다. 기판이나 와이어 같은 재료를 쓰지 않아 원가도 아낄 수 있다.
WLP 공정으로는 실리콘 관통 전극(TSV)이 대표적이다. 칩과 칩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에 범프(Bump)를 만들어 칩을 여러 개 쌓는 기술이다. 범프는 반도체 칩과 기판을 잇는 동그란 공 모양 돌기다. TSV는 칩을 수직 연결해 전기적 연결 통로 길이를 줄여 속도를 키우고 소비전력은 줄인다. 칩을 얼마나 많이 쌓느냐에 따라 용량이 늘어난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TSV 기술을 적용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을 개발해 2015년 양산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HBM 3세대 ‘HBM2E’를 개발했고 10개월 만에 양산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처음으로 TSV 기술을 적용한 HBM을 개발해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선점했다”며 “지난해에는 현존 최고 사양 D램 ‘HBM3’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올 6월부터 양산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할 것”으로 기대했다.
유혜진 기자(langchemist@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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