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 시정 요구에도 8년째 그대로 왜?
한수원, 4년 넘게 이행 안 된 것만 12건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 정기검사에서 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이 제시한 일부 시정 요구나 개선 권고를 최대 8년 넘게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에 대한 킨스의 시정 요구나 개선 권고는 모두 원자력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장기간 불이행은 원전의 안전을 저해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6일 킨스의 올해 2분기 기준 원전 단지별 안전규제현황 자료를 확인한 결과, 킨스가 원전 정기검사를 통해 한수원에 제시한 ‘지적’ 또는 ‘권고’ 사항 가운데 4년 넘게 이행되지 않은 것만 12건으로 파악됐다.
지적 사항은 원자력 안전과 관련된 법규·허가조건·기술기준·절차서 및 도면 위반이거나 원안위 명령 불이행에 해당해 시정이 요구되는 사항을 말한다. 권고 사항은 규정이나 명령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원전의 안전 향상을 위해 개선이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킨스가 판단한 사항이다.
킨스는 2014년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 정기검사에서 ‘수계 소화설비 지역의 배수설비 기능 부적합’을 지적 사항으로 제시했다. 원전 안에서 화학물질이 아닌 물로 불을 꺼야 하는 설비가 있는 지역의 배수 기능이 관련 규정에 맞지 않다며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적 사항은 8년째 미종결 상태로 남아 있다. 고리 2호기에서는 킨스가 2016년 정기검사 때 제시한 ‘소내 방사선계통 교정용 밀봉선원 교체 권고’가 6년 넘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서는 2호기에 대한 2018년 정기검사에서 나온 ‘배관 결빙작업 절차서 개선’과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촉매체 성능시험 절차서 개선’, 3호기에 대한 2017년 정기검사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및 방출조 지역 부압 확인방법 개선’ 등 모두 4건의 권고 사항이 4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서도 2015년 5호기 정기검사에서 킨스가 제시한 ‘원자로 특성시험 관련 기술기준 갱신 적용’을 비롯해 1호기의 ‘금속파편 감시계통 감시 부위 추가’, 2호기의 ‘주제어실 비상공기정화계통 유량 점검 방법 개선’, 3호기의 ‘기계식 방진기 시험장비 자동화 개선’ 등 4건의 권고 사항이 6년 넘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경북 울진 한울원전에서는 1호기에 대한 ‘안전등급 축전지 점검절차서 개선’과 4호기에 대한 ‘실험실 분석장비 주간점검 절차 및 항습기능 개선’ 권고 사항 이행이 4년 넘게 종결되지 않은 상태다.
원자력안전법은 원전사업자가 정기검사에 따른 시정·보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고시에서 킨스가 사업자에게 제시한 시정·보완 요구일자를 사업자의 신청에 따라 연기해 줄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연기 횟수를 제한하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 연기도 가능한 상태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원자력규제 전문기관이 정기검사에서 원전의 안전과 관련돼 있다고 보고 한수원에 내린 시정 요구나 보완·개선 권고가 장기간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원전의 안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행을 하지 않은 한수원은 물론 감독기관인 원안위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1호기에 대한 (2014년) 지적 사항의 경우 시정 조치를 위한 평가 용역에 시간이 많이 걸린데다 인허가 심사도 거쳐야 하는 사안이어서 이행이 늦어지고 있으나, 이 사항과 나머지 이행이 늦어지는 사항들 모두 규제기관의 연기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행 기간을 넘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한수원에 부족한 부분의 보완을 요구하고 보완된 부분을 다시 검토해 수정하는 등 과정이 길어지면서 종결이 늦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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