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 정부,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추진"

정원식 기자 2022. 10. 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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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제재 완화를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미국 석유업체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내 석유 생산 재개를 허용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셰브론은 현재 베네수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서방 석유업체다. 셰브론은 PDVSA와 함께 설립한 4개 합작법인을 통해 2019년까지만 해도 하루 2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했으나 2020년 4월 트럼프 정부 명령에 따라 석유 시추, 판매, 운송을 중단한 뒤 지금은 필수적인 유지보수 업무만 유지하는 상태다.

미국은 또 베네수엘라 정부가 식량과 의약품을 수입하고 전력망과 수도망을 복구할 수 있도록 베네수엘라 정부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협상 조건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 같은 제재 완화의 대가로 마두로 정권이 지난해 10월 중단된 야권과의 협상을 재개하고 2024년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치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 3월 이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를 검토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에는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정부와 대화를 재개하는 것까지만 허용했으나 이번에는 베네수엘라에서의 석유 생산과 석유 제품 수출 허용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진전된 것이다. WSJ는 한 미국 관리를 인용해 지난 1일 미국 바이든 정부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이 서로 포로를 교환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전했다.

세계 석유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하루 320만배럴을 생산했으나 우고 차베스 정권과 마두로 정권을 거치면서 투자 부족과 설비 관리 부실로 현재는 하루 45만배럴을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다.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생산을 재개할 경우 베네수엘라는 몇 달 안에 석유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고 석유 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키워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WSJ 보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11월부터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감산폭인 하루 200만배럴을 감산한다고 발표한 날 나왔다. 미국 라이스대 중남미 에너지 전문가 프란시스코 모날디 교수는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가 석유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당장 시장에 추가되는 석유의 양은 제한적이겠지만 미국이 서방 석유업체의 베네수엘라 내 석유 생산을 허용한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더 많은 석유가 공급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두로 정권 내부의 반발과 베네수엘라 야권의 우려는 걸림돌이다. 마두로 정권 내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신자유주의로 선회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에서는 미국의 제재 완화가 마두로 정권의 수명 연장에 필요한 자금을 대줄 뿐이라고 우려한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은 WSJ 보도와 관련해 “마두로 정권의 건설적인 조치가 없는 한 제재 정책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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