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에 맡겼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으로 강제한다

이소연 기자 2022. 10. 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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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 추진
무리한 과금 유도로 사행성 논란 지속
넥슨 메이플스토리 시작으로 이용자 불만 폭주
게임사 자율에 맡긴 정보공개, 실효성 낮아
게임법 개정안 등 논의 가속화 전망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법제화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게임사에 자율로 맡겼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기 위해 관련 게임법 개정안 국회 논의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간 게임사와 게임 이용자 간 갈등의 씨앗이 됐던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해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문체부는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문체부는 업무현황을 보고하면서 게임산업법 개정을 통해 그간 게임사 자율에 맡겼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의 캐릭터나 무기 등을 정가에 유상으로 판매하는 대신 무작위 뽑기로 이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게임 아이템을 의미한다. 랜덤박스 혹은 가챠라고도 불린다. 확률형 아이템은 넥슨이 2003년 일본 메이플스토리에 처음 도입한 이후 2010년대부터 국내 게임사의 주된 수익 모델이자 ‘캐시카우’가 됐다.

문체부는 이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정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이용자가 직·간접적으로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 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는 정의를 법에 명시해 게임사업자의 공적 의무로 확률 공개를 규정하고 적극적 이행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문체부는 게임물, 홈페이지, 광고 등에 확률형 아이템 관련 종류, 확률정보 등 정보 표시의무를 규정하고, 표시의무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 등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2015년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주도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규제 없이 정보 공개를 게임사 자율권에 맡기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다. 지난해 12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확률 공개 수위를 강화하는 자율 규제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올해 8월 기준으로 국내 서비스 중인 상위 100위권 게임 중 17종이 자율규제를 미준수하고 있다.

문체부는 관련 법 개정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했으나 국회 계류 중인,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6건의 게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기간 공약이기도 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게임 불공정의 첫 번째 과제는 확률형 아이템의 불공정 해소다”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사에 ‘게임물 이용자 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해 이를 감시하도록 해 게임업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권의 관련 법 강화 의지가 이번 국감에서 재확인되며 관련 입법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넥슨 본사. /뉴스1

정부가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직접 나선 배경엔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이용자의 무리한 과금을 유도해 매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오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게임 업체가 설정한 확률에 따라 게이머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해도 무작위, 우연적 확률로 아이템이 지급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특징 때문에 ‘사실상 카지노 도박이 아니냐’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고 있는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들 게임사의 대표작은 대체로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이 높은 역할수행게임(RPG)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한 RPG 게임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주요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 방식이 불공정하다는 게임 이용자 불만이 지난해 폭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넥슨이 게임 메이플스토리 공지를 통해 “아이템에 부여되는 추가옵션을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한다”라고 알리면서 이용자는 ‘게임사가 아이템 확률을 조작하고 있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큰 매출을 내는 게임사가 이를 불공정하게 조작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게임 이용자는 넥슨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온라인상에서 게임 내 현금 충전 한도를 0원으로 설정하는 등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이어 엔씨소프트의 게임 리니지M, 넷마블의 세븐나이츠2 등 주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확률형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라는 이용자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가 좋은 스토리를 창작하는 등 좋은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벌기보단 아이템 획득 확률만 극악으로 낮추며 돈 벌기에 혈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게임 이용자가 트럭 시위 등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게임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도 나서서 이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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