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조치..겨우 둔화되던 물가·환율에 다시 기름 붓나

박채영 기자 2022. 10. 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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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에 미칠 영향 엇갈린 전망 속
한국은 무역 적자 커지고 환율 급등 우려
석유패권 경쟁 심화, 유가 변동성도 커져
OPEC로고|로이터연합뉴스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감산이 국제유가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하반기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OPEC+의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면 차츰 둔화되고 있던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수입가격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더 커지고, 이로인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도 있다.

5일(현지시간) OPEC+ 산유국은 11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감산한 4185만 배럴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올해 초 120달러 대까지 뛰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우려가 나오면서 80달러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OPEC+의 감산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 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4달러(1.43%) 오른 배럴 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1.57달러(1.71%) 오른 93.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OPEC+의 감산 조치가 실제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OPEC+의 감산 조치에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의 올 4분기 예상 가격을 100달러에서 110달러로 올렸다. UBS그룹 AG도 브렌트유가 향후 몇 분기동안 1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반면, 씨티그룹은 이미 대부분의 산유국들이 쿼터에 못 미치는 양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감산에 따른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경기 침체가 더 심화되고 원유 수요도 더 감산한다면 이번 조치가 OPEC+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OPEC+의 이번 감산 조치에 따른 실제 감산 규모는 90만배럴 가량일 것으로 내다봤다.

OPEC+의 이번 감산이 실제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지만, OPEC+의 이번 결정이 석유패권 경쟁을 심화시켜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OPEC의 실제 생산이 목표를 크게 하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감산의 실제 효과는크지 않겠으나 러시아-사우디와 미국 간의 석유패권 경쟁 심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OPEC+의 감산 조치가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둔화세를 보이고 있던 국내 물가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5.6%를 기록했다. 지난 7월(6.3%)에 비해 상승세가 꺾였는데 국제원유가격이 하락하면서 석유류 가격 상승폭이 둔화됐던 것이 컸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무역수지 적자폭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원화약세가 심해지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지난 7월 발표한 ‘국제원자재 가격과 원화 환율의 변동요인 및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 상승했을 때 한국의 수출금액은 0.03% 증가하고, 수입은 3.6% 증가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OPEC+의 감산 조치는 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OPEC+의 감산 조치가 결국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경기침체에 따라 원유 수요가 감소한 영향일 것”이라며 “체감하는 효과는 이러나 저러나 좋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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