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정에 뿔난 국악계.."서양음악 중심 편협한 사고 버려야"

유승목 기자 2022. 10. 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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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유정주·오기형·민형배·김윤덕 의원실과 국악계 세미나 공동개최.."음악교육서 국악 비중 늘려야" 주장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2022 개정 교육과정 국민참여소통채널'에 올린 초등학교 음악교과 개정 시안. 다른 교과와 달리 시안이 확정되지 않아 연구책임자가 제시한 A안과 국악계 연구진 5인이 수정제시한 B안이 동시에 탑재됐다. /사진=국민참여소통채널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음악 교과에서 국악 홀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교육당국이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하고 최종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국악계가 서양음악 중심사고를 벗어나 공교육에서 국악을 비중있게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 국악계 목소리에 일부 힘을 보탠 가운데 음악교과 개정 연구진은 국악을 충분히 대우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6일 국악계와 음악교육계에 따르면 국회의원 도종환·유정주·오기형·민형배·김윤덕 의원실이 공동주최하고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주관한 '음악과 교육과정 개정과 국악교육: 국악 비중을 줄이는 것이 음악교육을 살리는 길인가' 세미나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지난 4월 국악교육 공간으로 사용해달라며 200억원대의 토지를 정부에 기부한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인 이영희 명인과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인 신영희 명창, 김영운 국립국악원장 등 국악계 원로와 유력인사들이 참석해 국악 교육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영희 명인은 "어려서 배운 음악책엔 국악 내용이 없었지만 나라가 제대로 딛고 일어서면서 국악 파트가 음악 교과서에 수록됐다"며 "우리 국악이 국민 속으로 파고 들어갈 기회가 됐구나 싶어 기뻤는데 다시 국악(내용)이 없어진단 말을 들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영희 명창은 "전통음악이 언젠가부터 소외 당하고 있다"며 "국악이 재미 없다고 버릴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악계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개정 교육과정 작업에 큰 불만을 드러내왔다. 개정 교육과정 음악교과 시안에서 국악 비중이 대폭 축소됐단 이유에서다. 지난 4월 공개된 1차 시안에서 국악이 학교수업과 교과서 편찬의 기준이 되는 '성취 기준'에서 빠지고 참고사항인 '해설'에만 들어가 현행 30~4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악 교육이 전면 배제될 수 있단 것이다.

또 '장단'이나 '시김새' 등 국악 관련 고유 용어를 배울 수 있는 '음악 요소와 개념 체계표'도 삭제되는 등 국악이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김우진 전 서울대 교수는 이날 "서양음악 중심의 편협한 사고로 국악을 단순히 끼워 넣기 식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국악용어를 서양음악 용어로 바꾸는 게 현대화라고 하는 건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음악과 교육과정 개정과 국악교육' 세미나. /사진제공=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교육기본법에도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학교교육이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전통문화교육이 최소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를 연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악 보존과 발전을 위해 교육의 역할이 중요함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며 "국악을 미래 세대에 전하고 진흥할 의무가 있지만 점차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연구 개발진과 음악교육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음악을 포함한 교육과정 개정 방향이 다양한 경험과 세계문화에 대한 이해를 근간으로 하는데 국악계는 민족정체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음악교과교육교수협의회 등은 지난달 22일 "국악계가 잘못된 정보로 왜곡하고 있다"며 "올바른 교육과정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소통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국악계와 교육과정 연구 개발진이 충돌하기도 했다. 세미나를 찾은 연구 개발진이 국악계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배포하려 하면서 국악계 인사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영희 명인이 "당장 나가달라"고 말하는 등 고성이 오갔고, 박지현 연구 책임자는 "국악계 의견 듣고 논의하려 왔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현재 음악교과 개정작업은 답보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달 각 교과 교육과정 개정 시안을 국민참여소통채널에 공개해 대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음악 교과는 이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서야 시안을 공개했지만 이마저도 기존 A안과 국악계 의견을 담은 B안이 담긴 시안을 올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음악교과의 경우 국민참여소통채널에 올릴 시안 마련이 어려워 각론조정 위원회를 작동했지만 합의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에도 안건을 상정하기도 했다"며 "현재 국민참여소통채널에서 의견을 수렴 중이고 공청회 같은 경우 (다른 교과와 달리) 온라인으로 10월14일까지 진행한 뒤에 관련 협의체 심의를 거쳐 최종 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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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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