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미국, 오펙 감산 보복용 '노펙' 반독점 카드 '만지작'

신기림 기자 2022. 10. 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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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에 나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만나고 있다. 2022.7.16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대규모 감산 결정에 미국이 이른바 '노펙'(NOPEC, No Oil Producing and Exporting Cartels) 법안을 통한 반독점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전통적 산유카르텔 OPEC+의 대규모 감산을 담합으로 보고 반독점법을 적용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5일 미 상원위원회를 통과한 이번 노펙법안은 미국의 소비자와 기업을 유가 폭등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노펙법안이 최종 본의회를 통과해 승인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한다. 로이터가 5일(현지시간) OPEC+의 감산에 대응해 미국이 검토하는 보복조치 중 하나인 노펙법안에 대해 살펴본 것을 정리해봤다.

1. 노펙법안이란?

초당적 차원의 노펙법안은 미국 국내의 반독점법(Antitrust laws)에 기반한다. 국가와 그 국가재산은 국제법상 일반적으로 외국의 재판관할권에 따르지 않는 주권면제 대상이다.

하지만 미국이 반독점법에 기반한 노펙법이 통과돼 적용되면 OPEC 담합에 참여한 회원국들을 제재하거나 혹은 회원국 정부 인사를 기소해 미 법정에 세울 수 있다.

문제는 연방법원이 사법적인 반독점 결정을 외국 국가에 대해 어떻게 집행할지는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또 미국이 자유로운 시장을 조작하려고 시도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은 5월부터 11월까지 동맹국과 더불어 전략적 비축유 1억6500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노펙법안은 20년 넘게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사우디가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이를 저지하는 로비를 펼쳐왔다. 상원사법위원회가 지난 5월 노펙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하원 본회의에서 모두 통과돼 대통령이 서명해야 한다. 초당적 리서치업체인 클리어뷰에너지 파트너스는 상원 의원 100명 가운데 60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2. 지금은 뭐가 변했나?

로이터에 따르면 과거 노펙 법안들은 최고 로비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를 비롯한 미국 원유업계의 저항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침공 전쟁을 시작한 이후 휘발유 가격이 치솟으며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로 고공행진하는 등 상황이 변했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가 러시아에 동조해 유가를 끌어 올리며 미국의 물가에도 상승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OPEC은 백악관의 만류에도 감산을 결정했고 사우디는 서방의 잇단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제 약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라고 반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환영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2년 만에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를 방문했다. 2019.10.14 ⓒ AFP=뉴스1

3. 미국 원유업계의 반대

로비단체 API는 노펙법안이 오히려 미국 원유와 가스업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오랫 동안 반대해왔다. 마이크 서머스 API 회장은 노펙으로 인해 "시장의 불안정이 심화하고 국제 원유시장을 위협하는 기존의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며 "과거에도 현재 혹은 미래에도 시장 환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로이터에 노펙법이 결국 OPEC의 과잉공급과 저유가를 유발해 미국의 에너지업체들이 생산을 늘리기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OPEC+ 산유국들의 유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싸고 손쉽게 원유를 뽑아낼 수 있다.

4. 잠재적 역풍

노펙법으로 인해 미국이 똑같은 반독점 처벌대상이 되는 등 의도하지 않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라이스대학교의 베이커연구소 소속 마클 핀리 에너지-글로벌원유 펠로우는 노펙법안이 상원위원회를 통과했던 지난 5월 "화 났을 때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항상 나쁜 생각"이라고 말했다.

OPEC 산유국들이 반격할 수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19년 미 의회가 노펙법안을 승인할 경우 사우디는 원유 거래대금을 미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요구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렇게 되면 달러의 세계 1위 기축통화 위상이 흔들리며 미국의 무역 영향력도 줄고 다른 국가에 가하는 제재의 집행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게다가 사우디를 포함한 다른 산유국들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거나 미국에 파는 원유 가격을 올려 버릴 수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이미 믿을 만한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특히 세계 최대 원유 및 가스 공급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에너지 공급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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