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폐업 역대 최다..원가 오르고 소비 줄어"
인플레이션과 소비 부진으로 영국에서 폐업한 사업체가 역대 가장 많은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ONS) 자료를 인용해 올 상반기 영국 내 사업체 폐업 건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16% 증가해 25만 건을 상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40% 증가한 수준으로, 6개월 단위의 통계를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ONS는 기업 규모별 폐업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 사업체 560만개 중 95%가 직원 수 9명 이하였던 만큼, 폐업 업체 대다수는 중소기업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카페와 빵집, 서점, 술집 같은 업종이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영국 사업체들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치솟는 인플레이션 등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중소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통해 사업을 유지했으나,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수요 증가와 공급망 문제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상승 등은 더 큰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영국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월 대비 9.9% 올랐다. WSJ는 이같은 폐업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한 서점은 지난달 폐점하며 “거래가 너무 불확실하다”고 말했으며, 역시 문을 닫은 한 양조장은 “가스와 전기요금부터 원자재까지 모든 비용이 올라 사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양조업체 사장은 “아무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영국의 펍과 바는 절반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선에선 소비 심리 위축 또한 체감하고 있다. 한 침구회사는 올해 매트리스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직원은 60명에서 3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 업체 사장은 “고객들 역시 치솟는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어 다른 일에 돈 쓰기를 중단했다”며 “중산층이 소비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신뢰지수는 1974년 집계 시작 이래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고, 지난달 말 영국 정부가 발표한 감세 정책이 시장이 던진 충격으로 인해 전망이 더욱 흐릿해졌다고 WSJ는 전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결국 감세안을 철회했으나, 정부의 재정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훼손됐다. 5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BOE의 신용등급 전망 또한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다만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로 유지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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