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들이마신 검은 자동차 매연, 배 속 아이 뇌까지 간다

문지연 기자 2022. 10. 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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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임신 중 들이마신 오염된 공기 입자가 배 속 태아의 장기까지 침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과 벨기에 하셀트 대학 등 연구팀은, 임신부가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면 블랙 카본(black carbon) 같은 유독성 입자가 태반을 거쳐 태아의 폐·간·뇌 조직에 닿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제 의학 전문지 ‘랜싯’에 발표했다.

블랙 카본이란 석유·석탄 등의 화석연료나 나무가 불완전연소해서 생기는 그을음·분진을 말한다. 자동차 주행 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등이 해당된다. 장기간 흡입할 시 폐 기능과 인지능력 저하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는 임신 7~20주 사이에 유산된 태아 14명을 검사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신체 조직 세제곱 밀리미터(㎣)당 수천 개의 블랙 카본 입자가 발견됐으며, 그 농도는 임신부가 대기 오염이 심각한 지역에 살수록 더 짙었다. 산모 60명의 혈액·제대혈·태반을 확인한 검사에서도 같은 입자가 나타났다.

임신 중 공기오염 노출이 태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캐나다 연구팀이 18주 이하 임신부 540명을 공기청정기를 제공한 그룹(A)과 제공하지 않은 그룹(B)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출산 후에는 두 그룹 모두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약 4년 뒤 태어난 아이들의 지능지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A그룹 아이들이 B그룹 아이들보다 평균 2.8포인트 높은 점수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언어 이해 능력 부문에서는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당시 연구팀은 “깨끗한 공기는 태아의 뇌 발달에 도움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렇게 수치로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과거 미국 컬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도 어머니와 아이 462쌍을 대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해, 어머니 배 속에서 특정대기유해물질인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에 노출된 아이는 9~11세 때 자제능력과 사회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했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대기 오염이 실제로 태아에게 어떻게 피해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폴 파울러 애버딘 대학 교수는 “블랙 카본의 나노 입자가 태반뿐 아니라 발달 중인 태아의 장기까지 침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것”이라며 “이는 이들 입자가 신경계·내분비계 등 신체 조절 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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