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노벨상] 부자, 형제, 부부, 딸·사위도 받았다..노벨상 과학 명문가
16년 만에 나온 열 번째 '노벨상 가족'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스웨덴의 진화인류학자인 스반테 페보(67)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교수 겸 뮌헨대 교수에게 박사에게 돌아갔다. 페보 교수는 현존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친척인 ‘네안데르탈인’ 유전체(게놈)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호미닌 진화 과정을 규명하는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보 교수는 인류의 또 다른 조상 ‘데니소바인’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한 인물이기도 하다.
페보 교수는 1982년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아버지 수네 베리스트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교수와 함께 2대(代)에 걸쳐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됐다. 베리스트룀은 호르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이 염증 반응, 혈관 이완 등에 관여하는 것을 밝혀낸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8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두 부자(父子)의 성이 다른 건 페보 교수가 베리스트룀의 혼외자이기 때문이다. 페보 교수의 성은 에스토니아 화학자인 어머니 카린 페보에게서 물려받았다. 페보 교수는 2014년 자서전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에서 자신이 성장하는 동안 아버지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적었다. 베리스트룀 교수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2004년 향년 88세 타계했다.
페보 교수 사례처럼 본인 뿐 아니라 가족 가운데 노벨상을 받은 ‘과학의 명문가’들은 더 있다. 이번에 ‘노벨상 가족’이 나온 건 2006년 로저 콘버그 스탠퍼드대 교수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이후 16년 만이다. 콘버그 교수는 198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아서 콘버그 스탠퍼드대 교수의 맏아들이다.
콘버그 집안은 DNA 관련 연구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DNA 명가’로 꼽힌다. 아버지 아서 콘버그는 DNA 복제에 필요한 효소인 ‘DNA 중합효소’를 최초로 발견해 노벨상을 받았다. 아들 로저 콘버그는 진핵세포에서 전사(DNA에서 RNA를 만드는 과정)가 일어나는 과정을 규명해내며 노벨상을 받았다.
콘버그 집안 둘째 아들이자 로저 콘버그의 동생 토마스 콘버그도 DNA 연구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아버지가 발견한 DNA 중합효소와 기능, 구조가 비슷한 효소를 두 가지 더 발견했다. 다만 토마스 콘버그는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최초의 ‘노벨상 가족’은 1915년에 나왔다. 아버지 헨리 브래그와 아들 로렌스 브래그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것. 브래그 부자는 물질에 X선을 통과시켜 해당 물질을 이루는 결정들의 구조를 파악하는 원리를 규명해낸 업적을 인정받았다. 당시 아들인 로렌스 브래그는 26살로, 수상 후 10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로 남아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노벨상을 받은 사례는 닐스-오게 보어, 칼-카이 시그반, 한스-울프 오일러, 조셉-조지 톰슨 부자까지 총 7번이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 역사에서 가족이 나란히 노벨상을 받은 사례는 10번 뿐이다.
부자가 아닌 형제가 함께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형인 얀 틴베르헌과 동생 니콜라스 틴베르헌은 형제가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 사례다. 얀 틴베르헌은 통계적 방식으로 경제 이론을 증명, ‘계량 경제학’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196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니콜라스 틴베르헌은 자연에 실존하는 자극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과장된 자극에 인간을 비롯하 동물이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초정상 자극’ 개념을 발표해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부부와 그들의 딸, 사위까지 노벨상을 받은 일도 있다. 과학계 최고 노벨상 명가인 ‘퀴리 부인’ 집안 이야기다. 퀴리 부인은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방사성 동위원소 ‘라듐’을 발견한 공로로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퀴리 부부의 큰딸인 이렌느는 남편 프레데릭 졸리오와 함께 인공 방사선 원소에 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35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부모 자식에 사위까지 노벨상을 받은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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