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국 '솔로몬제도 댓글부대' 공방
호주 싱크탱크 “SNS서 친중·반서방 여론 조작”
중국 “날조된 거짓말, 비방 멈춰라”
호주와 중국이 솔로몬제도에서 중국의 ‘댓글부대’ 활동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호주 싱크탱크가 중국이 솔로몬제도에서 친중·반서방 정서를 확산하기 위해 온라인상에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고 주장하자 중국은 역으로 이같은 주장이 날조된 것이라고 맞받았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5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정보 작전을 통해 거짓 서사를 퍼트리며 솔로몬제도의 대중 담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서 친중 성향의 미나세 소가바레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후 공산당 선전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거짓 정보를 퍼트리며 반중 여론을 잠재우고 반서방 여론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ASPI는 이같은 활동이 공산당의 목표에 맞춰 솔로몬제도와 호주·미국 간 기존 파트너십을 약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ASPI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 이후 페이스북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댓글이 줄어들고 서방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많아진 것을 하나의 사례로 꼽았다. 분석에 따르면 11월 반정부 시위 이후 중국 관련 게시물에 달린 부정적 댓글은 75%에서 57%로 감소한 반면 서방이 시위를 지원했고 국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등의 부정적 댓글이 0%에서 7%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3월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안보 협정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49%에서 29% 줄어들고 긍정적 반응이 3%에서 12%로 늘어난 반면 서방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0%에서 18%로 늘어났다는 게 ASPI의 분석이다.
ASPI는 페이스북에서의 친중·반서방 메시지와 댓글 증가가 일부 친중 성향 페이스북 그룹과 연관돼 있으며 중국 공산당이 이를 활용해 특정 언론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친중·반서방 게시물을 전달하고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중국 공산당 스타일의 언어를 사용하는 반서방 기사들이 크게 늘어났다며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의 보도자료와 발표문 등을 토대로 한 기사가 호주와 미국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 보고서가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솔로몬제도 주재 중국대사관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보낸 성명에서 “중국은 실질적 노력으로 솔로몬제도를 포함한 태평양 섬나라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찬사와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며 “중국과 솔로몬제도 국민은 양국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양측의 협력을 칭찬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위 내러티브는 몇몇 서방 국가의 전매특허이자 전문으로, 사실이 말해주고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며 “중국을 비방하기 위해 루머를 날조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과거 호주의 앞마당으로 여겨졌던 솔로몬제도는 친중 성향의 소가바레 정권이 들어선 이후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중국이 필요에 따라 함정을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를 보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태평양 도서국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호주를 비롯한 미 동맹국은 태평양 도서국 지원협의체를 구성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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