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저항하는 시인의 진심을 담았습니다 [시를 읽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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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부릅니다.
김승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는 폭력에 저항하는 시집입니다. 나는>
이 시집에는 여러 폭력에 노출된 화자가 등장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시인이 직접 겪은 폭력이거나 또는 저 폭력을 당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쓴 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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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불리는 까닭, 시를 읽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나마 익숙함을 만들어 드리기 위하여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주영헌 기자]
인간이 되어 가는 저녁
커터날이 부러져 버린다
몇 번 긋지도 않았는데
- 김승일,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시인의 일요일, 2022년, 80쪽
프로메테우스의 김승일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첫 시집이 2016년이니 6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한 것입니다. 오래 기다려온 시집입니다. 왜냐하면, 오랜 시간동안 시를 읽고 소개해온 시인의 감각으로서 이 시집이 '문제작'임을 미리 알았기 때문입니다. 폭력이라는 소재만으로도 한 권의 시집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시집에서 얘기하고 있는 얘기 또한 충격적입니다.
제 눈에 들어온 시는 바로 '인간이 되어가는 저녁'이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이지만, 커터날이 내 가슴을 헤집는 것처럼, 난도질합니다. 몇 번 긋지도 않은 커터날이 부러져 버릴 정도라면, 얼마나 세게 손목을 그은 것일까요.
이 시를 소개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한편으로 '걱정'된 것도 사실입니다. 여러 자극적인 시를 읽었지만, 이만큼 강력했던 시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폭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소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시는 자살에 대한 방조나 동기부여가 아니라, 그 반대의 시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 김승일 시인의 시집 |
ⓒ 시인의 일요일 |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일에 몰두한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또는 높은 산을 올라서본 경험이 있으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방법이 다를 뿐, 같은 것입니다.
박 일병은 LPG가스를 틀어 놓고 잠을 잤고
새벽에 담배 피우러 나온 심 병장은 우리를 살렸다
아침까지 계속된 구타는 어떤 간절함일까
'우린 적들의 총탄에 맞아 죽을 일이 없을 것 같아 …' 중에서
폭력은 '감추고 싶은 사실'입니다. 감추고 싶다는 의지는 한 개인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입장일 수도 있습니다.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것이 알려진다면, 그곳이 어디이든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쉬쉬합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국가에서....
가려진다고 가려질 수 있습니까. 숨긴다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까.
우리는 치료가 필요한 사회를 사는 개인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랫동안 폭력에 노출되어 살아 왔기 때문에 폭력이 폭력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요, 커터날이 부러질 정도로 손목을 그어야만, 조금이라도 눈길 주는 사회라면, 그 사회를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겠습니까?
우리 가슴속에 꿈틀거리는 것이 폭력의 불길이 아니라 따뜻한 연민이었으면,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김승일 시인은...
2007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프로메테우스』 등이 있다. 각 지역의 학교와 도서관 그리고 동네책방에서 시 낭독회와 시 창작회를 하고 있으며, 학교폭력 예방·근절 운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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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시와 산문은 오마이뉴스 연재 후,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blog.naver.com/yhjoo1)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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