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딱 망해" 조선 출신 尹대변인 쓴소리에 "대통령실 엉터리" 비판도
尹 대선캠프 대변인 출신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윤 대통령 겨냥한 "1시간 중 혼자서 59분 얘기해" 폭로?
항우 몰락 빗대 尹 불통 지적?…논란되자 삭제된 상태
박지원 "尹 참모진 엉터리" 장경태 "양심지식인 더 나올 것"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대변인을 지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윤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쓴소리를 남겨 화제다.
이 전 위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마천의 항우본기찬(項羽本紀贊) 가운데 한 대목인 '자긍공벌 분기사지이불사고'(自矜功伐 奮其私智而不師古)를 인용했다. 이 구절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이 초나라 패왕 항우를 평가한 것으로 “스스로 공을 자랑하고 그 자신의 지혜만 믿었지 옛것을 본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전 위원은 이어 “항우가 왜 실패했나? 사마천의 간단명료한 진단이 가슴을 때린다”며 “'나 때문에 이긴 거야. 나는 하늘이 낸 사람이야.' 1시간이면 혼자서 59분을 얘기한다. 깨알지식을 자랑한다. 다른 사람 조언은 듣지 않는다. 원로들 말에도 '나를 가르치려 드냐'며 화부터 낸다. 옛일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전 위원은 “그래서 어찌 됐나. 오년졸망기국(五年卒亡其國) 5년 만에 쫄딱 망했다. 우연찮은 5라는 숫자가 한번 더 가슴을 때린다”며 “누군가의 얼굴이 바로 떠오른다. 큰일이다”라고 썼다.
이 전 위원 글에 윤 대통령의 '불통'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 전 위원 글에 “윤석열 대통령을 얘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검찰 간부를 지내면서 그렇게 당신이 99%를 얘기한다고 한다”면서 “대통령 내외분은 배우다. 작가가 써주는 말을 하고, 감독이 가자면 가고 오자면 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참모들이 잘해야 한다. 비서실이 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엉터리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습성을 파악해서 교정토록 하는 게 참모진 역할이라는 취지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6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동훈 대변인은 조선일보 출신 아니겠나? 그런데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런 글을 쓰겠나? 정말 대한민국 미래와 국정이 걱정돼서 썼다고 믿고 싶다”고 옹호한 뒤 “이제 출범한 지 6개월도 안 된 정부가 이 정도까지 국정 시스템을 파괴하면서 여러 인사 참사, 경제 파탄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양심 있는 많은 지식인들이 아마 앞으로 더 나오리라 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지적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5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우리는 대통령을 뽑은 것일 뿐 (대통령은) 5년제의 선출직 왕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중심제의 큰 문제는 대통령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다 거기에 복종하고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오류에 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말을 듣기만 할 뿐 고언하지 않는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권력에 대해 이렇게 비평하는 사람들이 너무 늘어나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문제가 뭐냐 하면, 보수 진영 내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며 “예를 들면 대통령실 비서관 또는 행정관 50명을 쫓아내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나를 내보내? 그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잠재적 적군이다. 왜냐면 등용될 가능성이 없으니까 윤석열 정부의 반대 방향으로 집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6일 오전 현재 이 전 위원의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이 전 위원에게 '윤석열 비판' 게시글에 대한 생각을 듣고자 했으나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전 위원은 지난해 6월 당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을 맡았다가 열흘 만에 사퇴했다. 그 직후 금품 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이 전 위원은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오징어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10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금품 수수 의혹을 진술했고 이에 연관된 이 전 위원 등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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