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3만원 버는데 생계급여 못 받는 '구멍 뚫린 기초수급제'

허남설 기자 2022. 10. 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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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3000여가구 중 1인 가구가 70% 넘어
부양의무자· 주택 등 재산가액 기준 '비현실적'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한 주민이 골목을 나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급여·의료급여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4만3000여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약 6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1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53만원에 불과해 생계급여 선정 기준액(약 58만원)을 충족하지만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부양의무자 기준과 집값 등 재산의 일정액을 소득으로 간주하는 규정 때문이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주거급여를 받는 가구 중 생계·의료급여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가구는 모두 4만3329가구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계층에 해당하는데, 올해 기준 교육급여는 50% 이하, 주거급여는 46% 이하, 의료급여는 40% 이하, 생계급여는 30% 이하로 각각 기준선이 다르다.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제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30~40%를 넘는 것은 아니다. 강 의원이 이 가구들이 받는 수당·연금 등 소득을 분석한 결과, 월평균 소득은 68만1468원이었다. 이들 중 74%는 1인 가구인데, 의료급여 수급 상한선인 기준 중위소득 40%는 현재 1인 가구 기준 77만7925원이다. 상당수 가구의 실제 소득이 의료급여 기준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1인 가구만 따로 월평균 소득을 계산하면 53만7375원이다. 이는 생계급여 기준에도 못 미친다. 생계급여 수급 상한선인 기준 중위소득 30%는 1인 가구 기준 58만3444원이다. 기준 중위소득 100%인 200만원(실제 194만4812원) 이상 소득이 있는 가구는 297가구로 0.1%가 안 됐다.

실제 소득이 급여 기준보다 부족하지만 급여를 받지 못하는 건 생계·의료급여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인 자녀나 그 배우자, 부모가 있고 이들이 급여 신청자를 부양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탈락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교류가 없거나 부양할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아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주택 등 재산가액의 일정 부분을 소득으로 환산했을 때 총액이 수급 기준을 넘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예도 있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된 ‘창신동 모자’ 사건이 그런 사례다. 이들은 실제 소득은 별로 없었지만 집값을 반영한 소득 때문에 급여를 받지 못했다. 집을 보유한 경우 공시가격에서 농어촌·중소도시·대도시마다 다르게 정해진 일정금액을 빼고 ‘소득환산율(1.04%)’을 곱해 소득으로 환산한다. 공시가격 상승에 맞춰 이 계산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고, 현재 복지부도 검토 중이다.

강 의원은 “부양의무자 기준과 처분하기 어려운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하는 것이 복지 사각지대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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