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150년을 이어온 '한국식 인종주의'

■한 번은 불러보았다
정회옥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서울경제]

‘짱깨’ ‘튀기’ ‘똥남아’ ‘개슬람’···. 한국인이라면 평소 한번쯤 불러보았을 만한 멸칭이다. ‘흑형’이라는 호칭 역시 ‘흑인은 예체능에 강하다’라는 뜻의 친근감 있는 농담으로 보이지만 ‘황형’ ‘백형’은 없다는 측면에서 혐오 표현이다.

최근 출간된 ‘한 번은 불러보았다’는 근현대 한국인의 인종 차별과 멸칭의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책은 150여 년 전인 1876년 개항 이후 서구 문물과 함께 위계적 인종주의를 진지한 성찰 없이 수용하면서 변형된 오리엔탈리즘이 우리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었다고 비판한다. 가령 개화파인 서재필·윤치호가 만든 독립신문 사설은 “흑인들은··· 동양인보다 미련하고 흰 인종보다는 매우 천한지라”라고 말한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야만 인종론’ ‘망국민론’ 등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전통 등을 모두 열등한 것으로 치부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독립운동가들은 민족주의 담론을 꺼내 든다. 이후 인종주의는 순혈주의, 반공주의, 발전주의, 우월주의 등 시대별 지배 담론과 얽히고설키며 생명력을 연장해왔다. 저자는 “식민지배의 경험을 통해 ‘민족’이라는 전통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관용’과 ‘환대’의 전통을 만들 차례”라고 강조한다. 1만7000원.

최형욱 기자 choih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