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장, 또 패배..대구의 '연장전 잔혹사'

이두리 기자 2022. 10. 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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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고재현(왼쪽)이 지난 5일 대구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4강전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FC에 ‘데자뷔’ 같은 패배였다. 120분 동안 간신히 승부 균형을 지켜내고도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상대방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졌다. 연장전까지 체력을 쏟아부은 대구는 남은 리그 경기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커졌다.

대구FC는 지난 5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22 하나원큐 FA컵 4강전에서 0-1로 졌다. 연장 후반 정규시간이 끝나도록 0-0 균형이 깨지지 않으면서 양 팀이 슬슬 승부차기를 준비하던 순간, 나상호가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서울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대구와 서울은 지난달 18일 K리그1 33라운드, 지난 1일 K리그1 34라운드에 이어 이날 FA컵에서도 상대로 만나면서 3경기 연속으로 맞붙었다. 직전 두 경기에서 대구에 3골씩을 내어주며 모두 진 서울은 분위기 반등을 위해 FA컵 4강전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서 탈락하고, 리그에서도 강등 위기에 내몰려 있는 대구 역시 이번 FA컵은 마지막 승부처였다.

양 팀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인 만큼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연장 전반에는 김신진이 고재현의 드리블을 반칙으로 막아내는 과정에서 서울과 대구 선수진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각 팀 주장인 나상호와 세징야까지 나서 쉽게 과열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고, 고재현과 세징야, 양한빈이 경고를 받았다.

승부는 순식간에 결정됐다. 연장 정규시간이 끝날 때까지 무득점 균형이 유지되면서 선수들이 근육 경련을 호소하고, 서울은 승부차기에 대비해 골키퍼를 교체한 참이었다. 서울의 역습 상황에서 나상호가 드리블 돌파하며 단숨에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대구 선수들은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는 지난 8월 일본 우라와 코마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ACL 16강전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전북 현대에 패했다. 당시 송민규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제카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간신히 1-1 균형을 만들었지만, 연장 후반 김진규가 극장 결승골로 대구를 무릎 꿇렸다.

외국 원정 경기에서 120분 동안 사력을 쏟아부은 대구는 ACL 탈락 후 리그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1-4로, 전북 현대에 0-5로 대패하며 한동안 고전했다.

이제 리그에는 4경기만이 남아 있다. 대구는 최근 서울을 상대로 리그 2연승을 거두며 9위(승점 38점)로 올라오긴 했지만, 10위 수원 삼성(승점 37점)과의 승점차는 1점뿐이다. 대구는 FA컵 탈락에 아쉬워할 겨를 없이 9일 열리는 하위 스플릿 최강팀 수원FC와의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이날 경기 후 최원권 대구 감독대행은 “서울이나 우리나 90분 이내에 승부가 나길 원했을 텐데 되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겼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됐다”라며 “오늘 패배가 약이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가 월등히 잘해서 이긴 게 아닌 만큼 선수들이 겸손함을 배웠으면 하고, 저부터 그렇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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