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콘크리트 강도 측정..건물 붕괴 막을 '똑똑한 거푸집' 등장

이정호 기자 2022. 10. 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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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진이 초음파 센서를 거푸집 외부에 장착해 콘크리트 강도를 측정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진이 스마트 거푸집 시스템에 장착된 전동 결합장치(전동 스핀들)을 작동시키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아파트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을 때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거푸집’에 첨단 기술을 도입해 건물 붕괴 사고를 피할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진은 초음파를 활용해 콘크리트 시공 중 일어날 수 있는 붕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스마트 거푸집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6일 밝혔다.

거푸집이란 콘크리트를 붓는 틀이다. 거푸집이 있어야 건물을 짓는 사람이 원하는 콘크리트 형상을 만들 수 있다. 콘크리트가 굳으면 거푸집은 해체한다.

문제는 거푸집을 해체해도 될 정확한 시점을 가늠하는 일이다. 현재 거푸집은 국토교통부 표준시방서에 근거해 소정의 존치 기간이 지난 이후, 또는 작은 시험용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 뒤 압축 강도를 측정한 이후 떼어내게 돼 있다. 한마디로 진짜 거푸집에 부은 콘크리트의 강도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나 간접적인 방법을 써서 거푸집을 해체할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다. 콘크리트 강도를 확인하겠다고 진짜 거푸집을 수시로 열어보는 건 어려운 일이어서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야외 공사장에 놓인 콘크리트에서는 추위나 더위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콘크리트가 실제로는 덜 굳었는데, 충분히 굳은 것으로 오판하는 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일은 사고 위험을 키운다.

연구진이 만든 스마트 거푸집 시스템의 핵심은 초음파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스마트 거푸집 시스템에 포함된 기기로 초음파를 콘크리트 표면에 흘려보낸 뒤 전파 속도를 확인해 콘크리트 강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고안한 것이다. 초음파는 콘크리트가 딱딱하게 굳어 있을수록 전파 속도가 빨라진다. 콘크리트를 부은 구조물의 강도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방법을 만든 셈이다.

스마트 거푸집 시스템은 현장 감독자가 가진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기기와 연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콘크리트가 얼마나 굳었는지를 즉시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공정 효율과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또 이번 스마트 거푸집 시스템은 현장 작업자의 손이 아니라 원격으로 통제되는 전동 결합장치로 조립 또는 해체되는 것도 특징이다.

김영진 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거푸집을 붙이거나 떼는 작업은 공사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라며 “원격통제 기술을 쓰면 안전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시스템의 시제품 제작을 마치고, 최근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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