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피크 차이나' 현상과 新한중관계

기자 2022. 10. 6. 11: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중국 한계 도달론’ 국제 담론

고성장 끝나고 3% 미달 우려도

세 자녀 허용했지만 효과 미미

미국의 포위 전략도 실질 제약

한미동맹 반발에도 온건 기류

尹 정교한 대응 땐 신질서 가능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피크 차이나란, 지난 4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상해 온 중국이 이제 그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으며, 미국을 추월해 세계를 주도하고자 했던 그 야망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베클리, 할 브랜즈, 오리아나 S 마스트로와 같은 미국의 젊고 촉망받는 국제정치학자들이 이 주제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은 ‘포린 어페어스’ 같은 저명한 국제정치 저널에서 담론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논의는 국제사회에서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크 차이나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 전략은 피크 차이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경제성장률 하락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1978년부터 2010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9.6%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10년 동안은 7%에서 6%대로 꾸준히 하락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재확산된 올해 1분기에는 4.8%, 2분기에는 충격적으로 0.4%를 기록하면서 올해 초 양회(전인대·정협)에서 목표로 제시했던 경제성장률 5.5%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또한,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3%에도 못 미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도 중국의 또 다른 성장 둔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가통계국의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인구는 14억1178만 명으로 아직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나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는 출생률 감소와 빠른 고령화가 중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20∼2050년 중 경제활동인구가 2억 명 줄어드는 반면, 노년 인구는 2억 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그동안 중국의 고성장을 견인해 온 풍부한 노동력이라는 이점이 줄어드는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2011년부터는 한 자녀 정책을 완화해 두 자녀 출산을 허용하고, 2021년부터는 세 자녀 출산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 전략도 중국의 미래 발전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우선, 미국 주도로 대중 견제에 초점을 두고 결성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칩4)는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다자주의적 경제 동맹관계 구축을 통해 중국을 전방위로 포위·압박하는 전략으로, 중국의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미국의 탈동조화(decoupling) 전략은 중국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에 포함된 산업에 집중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미래 발전에 심각한 제약 요인이 된다.

그러면 피크 차이나 논의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중국의 부상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면 중국의 대외적 행태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중국의 상대적 국력 상승은 과거보다 공세적이고 자신만만한 중국의 대외적 행태를 초래했다. 그런데 중국이 이제 국력의 정점기를 지나고 있다면 앞으로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더욱 유화적으로 이끌어가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해 볼 수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는 직전의 문재인 정부 때와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과거처럼 오만한 태도를 보이거나 과도한 협박과 불합리한 경제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한·중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더는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나름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중국의 유화적인 태도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목전에 두고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중국을 관찰해 온 연구자로서 이는 한미동맹을 중심에 놓고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윤 정부의 대중 전략을 중국이 서서히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기대해 보고 싶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