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론스타와 한동훈의 '국익'

김충남 기자 2022. 10. 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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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초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VIG파트너스 고문)을 인터뷰했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0년 10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고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삶엔 생채기가 여전했다.

1차 매각에 실패한 론스타는 2010년 11월 하나금융지주에 4조6000억 원대 매각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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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사회부 부장

지난 2017년 초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VIG파트너스 고문)을 인터뷰했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0년 10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고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삶엔 생채기가 여전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국민 혈세가 투입된 외환은행을 1조 원이나 싸게 팔았다는 ‘매국노’ 이미지가 덧씌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이유를 설명하며 “명예를 뒤늦게 회복한들 그게 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회한이 클수록 당시의 결정에는 더 당당했다. 2003년 LG카드를 시작으로 카드채 사태가 터졌다. 당시 외환은행에 자금이 수혈되지 않았다면 더 부실했던 외환카드는 도산했을 거라고 했다. 이는 금융 시스템 불안과 ‘뱅크런’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어떤 공무원이 우리나라 은행을 외국 펀드에 팔고 싶겠습니까”라는 말은 그래서 더 절실하게 들렸다. 사모펀드에 팔아서라도 금융위기를 막겠다는,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소신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외환은행을 1조3834억 원에 인수한 론스타가 2007년 9월 HSBC에 5조9000억 원에 팔기로 하자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먹튀’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그 와중에 인수 이후 외환카드 합병을 위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까지 겹쳤다. 1차 매각에 실패한 론스타는 2010년 11월 하나금융지주에 4조6000억 원대 매각을 시도했다. 2011년 3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전후로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은 늦춰졌다. 론스타는 이를 파고들어 매각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적반하장격으로 2012년 11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했다.

지난 8월 30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이자 포함 약 3000억 원)를 배상하라고 결정해 5개 정부 20년에 걸친 사건이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중재판정부 3인 중 2명이 하나은행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고의적 매각 지연과 가격 인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반면 소수 의견은 금융위원회가 하나은행 측에 매각가 인하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고, 지시를 인정한다 해도 이는 론스타의 주가조작 범죄에 합리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를 변호했다. 주무 장관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를 근거로 “대한민국 정부의 피 같은 세금이 단 한 푼도 유출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론스타의 마지막 매듭은 이제 한 장관이 풀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주장이 수용될 수 있도록 명확한 증거를 확보한 뒤 냉정하고 면밀하게 승소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다행히 중재판정부 내 이견 노출 등으로 승산이 있고, 신청 사유도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다시 중재 판정에 들어가면 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최종 패소할 경우 수백억 원의 지연이자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지금까지 취소 신청을 내 최종 승소한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혈세 유출 막기라는 ‘국익’을 내세운 한 장관의 고독한 결단이 임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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