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MBC 자막 논란과 가짜뉴스 전염병

기자 2022. 10. 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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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ndemic)의 합성어인데,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자막은 시청자에게 정보를 각인(imprinting)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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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애 숙명여대 초빙교수, 기록관리학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ndemic)의 합성어인데,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주요 원인은 내용의 복제나 삭제, 편집이 쉬운 디지털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조작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기술적 환경과 믿고 싶은 정보만 수용하는 사람들의 정보 습득 패턴에서 기인한다. 선진국들은 인포데믹을 ‘21세기의 흑사병’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가짜 정보’에 대한 법적·제도적·교육적 측면에서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중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잘못된 정보나 뉴스로 인한 사회 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광우병 사태와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사드(THAAD) 전자파 소동 등 이른바 ‘가짜 뉴스’로 인한 혼란과 갈등은 주기적으로 있었고, 매번 적잖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무엇이 진실이고 허위인지 제대로 검증이나 정리를 못 한 채 살고 있고,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가짜 뉴스’를 비난하는 주류 미디어 역시 뉴스의 검증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과정에서 있었던 사적 대화에 대한 MBC TV의 자막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해외 순방의 외교적·경제적 성과 등 국가적 사안의 핵심은 사라지고, 방송 발언의 진위(眞僞) 논란이 뉴스 시간을 채우고 있다. 자막은 시청자에게 정보를 각인(imprinting)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막을 포함한 윤 대통령의 발언 영상은 ‘디지털 기록’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기록의 증거력(Evidence)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록의 증거력은 기록의 내용(Contents)과 구조(Structure)와 맥락(Context)이라는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이번 영상의 문제는 그 ‘내용’이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들리며, 시청자 대부분은 ‘자막’에 의지해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막(내용)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서는 그 영상의 ‘구조’와 ‘맥락’도 함께 봐야 한다. ‘구조’ 측면에서는 해당 영상을 포함한 전체 원본이 촬영되고 전송되는 과정에서 영상 파일에 대한 재구성 등 편집의 여부가 검증돼야 한다. 또한, 영상의 ‘맥락’ 측면에서 발언의 앞뒤 대화 내용을 통해 어떤 대화의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드러난 문제는, 인터넷 최강국을 자랑하는 우리 사회가 디지털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법적인 판단 절차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도 디지털의 취약성을 알고, 미디어를 통해 제시되는 정보에 대해 구조와 맥락이라는 측면에서도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를 통해 인포데믹이라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병리 현상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응 방안이 마련되고, 공영 미디어의 ‘진실 보도’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이 정보의 진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줄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文解力)’ 정책과 프로그램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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