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금리인상, 그 끝은 성장률 둔화

입력 2022. 10. 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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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경제가 나빠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이 2%대로 떨어질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한다.

백악관이 금리를 올리는 연방준비제도(Fed)를 지지하는 것은 내심 아직 미국 경제가 괜찮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은 지금까지 무려 5조달러에 달하는 돈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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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영향으로 경제 착시
결국 美 경제 얼어 붙을 것

[아시아경제 ] 세계는 지금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경제가 나빠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이 2%대로 떨어질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백악관의 입장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억제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란다. 미국은 휘발유 가격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좌우하는 나라다. 물가를 잡아야겠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어디까지일까. 물가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이 수요를 줄여 경기를 냉각시킬 수밖에 없다. 그 ‘정도’가 문제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향후 5년간 평균 5%가 넘는 실업률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말 경기가 이 정도로 나빠져도 백악관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백악관이 금리를 올리는 연방준비제도(Fed)를 지지하는 것은 내심 아직 미국 경제가 괜찮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좋다. 8월 미국의 실업률은 3.7%로 최근 5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도 줄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0.3%로 시장 전망치를 넘었다. 이거야말로 이상한 일이다. 지금의 현상은 교과서와 다르다. 물가가 급등하고 그래서 금리가 인상되면 소비심리는 나빠지고 실업자는 늘어야 정상이다. 미국의 낮은 실업률은 주식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주저할 수도 있는데 지금 수준이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 황당한 일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실업자는 61만5000명에 그쳤다. 월간 실업률 통계가 구축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적다. 8월의 실업률도 2.1%로 23년 만에 가장 낮다. 이 정도면 이른바 완전고용 수준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미국이나 우리나 추정되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의 가능성이 있다. 생각보다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노동 투입에 많이 의존하는 서비스업종으로 구조 재편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코로나를 겪으면서 워낙 많이 풀린 유동성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은 지금까지 무려 5조달러에 달하는 돈을 풀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기준으로 3700조원이 넘어 2년 전보다 700조원이 많다. 지금도 한쪽에서는 벨을 울리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파티가 계속된다.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전기차 보조금 주는 걸 인플레 대책이라고 우긴다. 우리도 비슷해서 한쪽에선 금리를 올리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6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짰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결국 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정책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있다. 실업률은 경기 후행지표라는 점도 있다. 미국도 거의 모든 업종에서 신규 채용공고가 줄고 있다. 미국의 8월 실업률 3.7%도 알고 보면 7월보다 0.2% 나빠진 숫자다. 실업자는 34만4000명이 증가했다. 고용 감소는 어쩔 수 없이 시차를 두고 주식 등 자산 가격 하락과 함께 소비를 위축시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지난 10년 동안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졌던 건 2020년 한 해뿐이었다. 벨은 이미 울렸고 파티는 결국 끝날 것이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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