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외환 거래'..1조 원대 송금 유령법인 대표 등 9명 기소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가 불법 외환송금과 관련해 압수한 현금. 대구지검 제공

대구=박천학 기자

은행권에서 발생한 ‘수상한 해외 송금’이 10조 원에 이르는 가운데 당국에 신고 없이 1조 원에 육박하는 외환을 해외로 송금한 유령법인 대표 등이 무더기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판매대금을 해외로 불법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불법 송금한 금액은 9348억 원에 이른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6일 일본, 중국 공범들과 짜고 거액의 외환을 불법으로 거래한 혐의(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A(39) 씨와 B(33) 씨 등 8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또 8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중이다.

A 씨 등 4명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일본 내 공범들이 보내 온 가장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하고 4957억 원을 일본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유령법인을 설립해 금, 반도체 칩 등을 수입한 것처럼 허위 자료를 은행에 제출하고 가상자산 매매대금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씨 등의 불법 외환 송금을 도와 주고 25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받은 시중은행 전 지점장 1명도 구속 기소했다.

또 B 씨 등 중국계 한국인 4명은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중국 내 공범들이 보내온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하고 4391억 원을 중국, 홍콩 등의 해외 계좌로 불법 송금한 혐의다. 이들은 전자부품 등을 수입하는 유령법인을 설립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A·B 씨 등은 최근 수년 동안 가상자산이 외국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일본·중국의 공범과 짜고 범행했으며 수수료를 뗀 대금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외제자동차 3대(3억 원)와 콘도 분양권(2억6000만 원), 전세보증금 반환채권(5억 원) 등 12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동산 등을 추징보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A 씨 등의 여죄 및 공범, 시중은행의 위법행위 방지를 위한 적절한 감독 여부, 불법 이득액에 대해 계속 수사하는 한편, 외국 법집행기관과 공조해 이전된 가상자산의 자금원 확인과 해외 거주 피의자들의 송환, 해외로 송금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중은행의 수상한 외환거래 규모가 약 10조281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와 금감원, 관세청 등도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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