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사우디가 '들썩'..중동은 K-pop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수경 입력 2022. 10. 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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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최대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불러바드 리야드 시티.

오후 4시가 지나자 검은 히잡과 니캅을 쓴 여성들이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밝은 색의 아바야를 입거나 히잡을 쓰지 않고 염색한 머리를 그대로 드러낸 여성들이 한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모여들었습니다.

히잡 : 이슬람권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스카프 형식의 복장
니캅 :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이슬람권 여성들의 복장
아바야 :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긴 의상

지난 9월 30일과 10월 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케이팝(K-pop)공연 현장의 모습입니다. 사우디에서 케이팝 공연이 열린 건 2019년 BTS 공연 이후 처음입니다.

'K-컬처의 선봉장'이라는 KCON( 케이팝 순회 콘서트)의 모토답게 다양한 한류 행사도 함께 열렸습니다. 한복을 입어보고, 한국 드라마도 체험하는 한편 다양한 한국 캐릭터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랍어 이름을 한국어로 적어주는 행사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공연은 밤 10시에 시작했습니다. 하루 5번 기도를 하는 이슬람 문화를 고려해 밤 늦은 시간에 열렸습니다. 행사 중에도 기도 시간에는 모든 음악을 멈추기도 했고, 여기저기 기도하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지난달 1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K-FEST(촬영: 방병훈)


#2.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한국 시각으로 추석 당일인 지난달 10일.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의 가장 큰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케이팝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히잡을 쓴 많은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중동 주변국은 물론 아프리카와 유럽 각국에서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 케이팝 팬들이 아부다비를 찾았습니다. 이들은 직접 쓴 한국어 응원 문구를 손에 들고서 한국어 노래 가사도 문제없이 불렀습니다.

지난 2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KITE (제공:UAE 한국문화원)


#3.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두바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0월 2일 두바이에서도 케이팝 팬들이 모였습니다.

중동 국가 가운데 가장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두바이답게 팬들의 다채로운 의상(배꼽티와 짧은 바지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케이팝 공연이 가장 많이 열렸던 중동 도시답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섞은 공연 형식도 시도됐습니다.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KCON (제공:CJ ENM)


지난 한 달 사이 중동에서 열린 대형 케이팝 공연만 3건. 10대들이 열광하는 젊은 아이돌 그룹부터 한류 열풍의 주역인 1세대 가수들까지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여러 가수가 공연에 나섰습니다.

■ 카타르 월드컵 앞둔 중동, 코로나 이후 주춤했던 한류 열기 재점화

현재 중동 지역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춤했던 한류 열기가 다시 타오르는 분위기입니다. 케이팝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 등 케이 드라마 등도 같이 인기를 끌면서 팬층은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공연장에서는 한국어로 말을 거는 현지인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달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중동 전체에 관광객 유치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류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케이팝 섭외 문의도 이어지는 등 현지에서는 케이팝을 필두로 한 한류가 실패 없는 흥행수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 사우디, 한국 대중문화업계와 MOU 체결 잇따라

'이슬람 수니파 맹주'로 불리며 아랍 걸프 국가들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도 케이팝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슬람의 성지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사우디는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 손꼽힙니다. 이 사우디가 리야드와 제다 등 대도시에서 최근 국제적인 축제와 콘서트를 개최하며 문화 개방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 대중문화 업계와도 잇달아 양해각서(MOU)를 맺었습니다.

사우디 투자부는 SM엔터테인먼트와 현지 시장 진출과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맺었고, 사우디 문화부는 CJ ENM와 10년간 문화 교류 증진에 합의하는 MOU를 체결했습니다.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한류 행사와 케이팝 공연을 찾은 사우디 여성들(촬영:방병훈)


■ "중동에서 한류는 가족과 같이할 수 있는 건전한 문화"

중동에서는 서방의 문화보다 한류가 문화적으로 가깝다고 느낍니다.

대부분 중동 국가들은 가족 중심의 생활을 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손님 등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는 걸 중시하는데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습들이 이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또 다소 거친 언어가 난무하는 서양 음악과는 달리 케이팝은 감성적이고 건전하다는 인식도 인기 요인입니다.

사우디 공연에서는 아이들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넷 영상 제공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를 가족이 다 같이 보고 한국 음식을 사 먹는다는 가족들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10대 딸들을 데려온 엄마들도 많았는데, 딸들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문화가 있어서 좋다며 케이팝 공연 티켓을 직접 사주고 같이 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10대와 20대 젊은 층은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유로 '다정함과 친절함(Sweet and Kind)'을 꼽았는데, 팬들과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주고 셀피를 찍어주는 모습에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우디 리야드 공연에서 노출을 최소화한 가수들의 의상. 위에서부터 비, 뉴진스, 선미


■ "관중석 스탠딩 응원·과한 노출 금지" 등 제약도…충분한 준비 필요

중동에서 팬층이 넓어지고 있지만,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언론 통제가 존재하며 다른 국가보다 엄격하게 콘텐츠도 관리합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 등 걸프국가들은 얼마 전 넷플릭스 콘텐츠가 이슬람 가치를 훼손했다며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공연하는 가수들의 복장에도 제약이 따르고, 문화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사전 이해 없이 무턱대고 공연에 나서면 안 되는 이유인데, 실제로 행사 중간중간 아찔한 모습들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부다비 공연에서는 일부 팬들이 히잡과 속옷을 무대 위로 벗어던졌는데, 한 남성 가수가 이를 들고 흔들면서 공연을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일부 현지인들은 불쾌함을 표시하며 줄줄이 일어서 공연장 밖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놀란 주최 측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공연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 공연에서는 가수들이 대부분 긴 팔 의상을 입었습니다. 옷을 벗는 퍼포먼스나 짧은 치마, 민소매 등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스탠딩석을 제외하고는 공연 중간 자리에서 일어나서 응원하는 것도 제지했습니다.

이성 간 스킨십도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데 팬들과의 스킨십이 강점인 가수들의 아슬아슬한 행동도 이어졌습니다.

■ 변화하는 한류 팬…아프리카·중동 한류 팬 130배 증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전 세계 152개 재외공관과 협력해 발간한 '2021년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한류 팬은 지난 10년 사이 17배 증가했습니다. 대륙별로 보면 다른 지역은 각각 10~20배 증가한 데 비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은 한류 팬이 130배 늘었습니다.

실제로 KBS 취재진을 보자마자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한국어로 방송용 인터뷰 하고 싶다는 현지인들도 많았습니다. 여성들이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고 특히 카메라에 노출하기를 꺼리는 문화 특성상 이는 큰 변화입니다.

중동에서는 내년까지 케이팝 공연들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이 지역 한류 팬들의 기대가 큽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중동 국가들이 국내 인권 문제 등을 감추기 위해 한류 등 대중 문화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우수경 기자 (s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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