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물량공세·원점 타격..열흘 넘기는 北 탄도미사일 도발 특징

양은하 기자 2022. 10. 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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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로널드 레이건호 재전개에 또 미사일..한미 대응에 北도 즉각 반응
12일간 IRBM 1발·SRBM 9발..실전 능력·물량도 과시
북한이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6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의 동해 재출동과 한미일 연합훈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탄도미사일 논의 등에 반발한 무력시위로 분석된다. 2022.10.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6일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연쇄 미사일 도발'이 열흘 이상 이어지고 있다. 한미의 대북 공조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식으로 도발 속도와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특징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6시1분에서 23분 사이에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지난 4일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지 이틀 만이자 최근 12일 사이 6번째 무력 도발이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SRBM 1발을 시작으로, 28일 2발, 29일 2발, 지난 1일 2발의 SRBM을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하기도 했다.

이번 '연쇄' 미사일 도발의 특징은 북한이 한미, 한미일의 '대북 공조' 상황에 비교적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과 일종의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북한은 IRBM 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의 재전개가 결정되고, 이날 새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연 직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한미가 지난 5일 새벽 강릉에서 연합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를 4발 발사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도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미사일 발사에 앞서 공보문을 통해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과 일부 추종 국가들이 조선반도(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미 연합훈련들에 대한 우리 군대의 응당한 대응 행동 조치"였다며 안보리 회의 소집을 '강력 규탄'했다.

또 "미국이 조선반도 수역에 항공모함 타격 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의 정세 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다"라며 로널드 레이건호 재전개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북한은 이 공보문이 나온 지 불과 수 시간만에 재차 탄도미사일까지 쏘아 올리면서 한미 움직임에 거의 '실시간성' 대응을 하는 모습이다.

이번 '연쇄 도발'의 시작이었던 지난달 25일 미사일 발사도 레이건호가 부산항에 입항한 지 이틀 만이었다. 두 번째 도발인 지난달 28일은 한미 연합해상훈련(9월26일~29일) 실시 도중에 이뤄진 것으로, 북한이 미국의 핵항모가 한국에 전개된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지난달 29일과 10월1일 도발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과 한국의 '국군의 날' 일정에 맞춘 정황이 짙어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29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이 있다"라고 비난했는데 북한은 그가 한국을 떠나자마자 SRBM을 쐈다.

국군의 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념행사 개최 직전인 오전 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북한의 SRBM은 350여㎞를 비행했는데, 이는 국군의 날 행사 장소인 충남 계룡대가 타격 범위에 들어가는 거리였다. 이날 북한이 350여㎞로 비행거리를 조정해 발사한 미사일도 강릉을 '원점 타격'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북한은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9월30일)까지 모두 끝나자 지난 4일 '역대급' 도발로 위협 강도 높였다. 일본 상공을 통과해 약 4500여㎞를 날아간 IRBM으로 일본은 물론 미 전략자산이 대거 배치된 미국령 괌에 대한 타격 능력과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계획된 도발 수위 상승보다는 한미 행동으로부터 명분 찾는 맞춤형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결국 한미의 군사행동에 대해 훈련장소, 원점, 반접근 등의 메시지를 명확히 보내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각 도발 때마다 대부분 미사일을 2발씩 발사하면서 실전 능력과 물량을 과시한 점도 특징이다.

사거리뿐 아니라 발사 장소도 평양 순안, 평북 태천, 평남 순천, 자강도 무평리, 평양 삼석 일대로 미사일을 쏠 때마다 달라졌다. 언제, 어디에서든 원하는 곳으로 미사일 공격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간 'KN-23'과 'KN-24', 'KN-25', '화성-12형' 등을 총동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든 도발에 '핵 투발 수단'을 택했다는 점은 이번 상황을 지난달 법제화한 '핵무력 정책'에 명시된 '핵무력 대응 상황'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북한은 핵무력 관련 법령에서 자신들의 핵무기 사용 조건에 대해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이 감행되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명시했는데 레이건호가 전개된 이번 훈련과 이에서 비롯된 상황을 '외부의 핵 위협'으로 상정하고 대응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전과 달리 외부 상황에 마치 실전 같은 대응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핵무력'의 모든 결정 권한을 가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6일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잠행하는 것 역시 북한의 대응 기조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전시'에 준하는 기조로 이번 상황에 대응하며 직접 미사일 발사를 진두지휘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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