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의 굴레 '친족상도례'[로앤톡]

법무법인 길도 윤예림 변호사 2022. 10. 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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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에는 도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일정한 의무가 존재한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고 정서적·신체적 발달에 도움을 주어야 하며, 자녀는 부모가 늙었을 때 일정 정도의 부양을 해야 한다. 최소한의 가족 간의 도덕이 법률 여기저기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가족 간의 분쟁에 법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되는 법률 규정이 있다. 바로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우리가 ‘친족상도례’라고 알고 있는 그 규정이다.

윤예림 변호사



형법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 절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장물죄,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형을 면제하고, 동거하지 않는 친족, 가족 간의 위 죄에 있어서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동거하지 않는 친족, 가족 간의 위 죄를 고소할 때는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친족상도례에 따르면, 부모나 자녀, 함께 사는 형제가 내 돈을 훔쳤다면 고소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함께 살지 않는 형제가 내 돈을 훔쳤다면 훔친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를 하면 처벌받게 할 수 있다.

친족상도례의 의의는 자녀가 부모님 지갑에 몰래 손을 댄다 하여 이러한 부분까지는 형벌로 다스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님이 자신의 소비를 위해 자녀의 돈을 몰래 쓸 수도 있다는 취지이다. 어릴 때 세뱃돈을 부모님께 맡기고, 나중에 부모님이 세뱃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그토록 당당했던 것도 모두 친족상도례 덕분이다. 가족의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고, 가정 내 돈 거래와 가정 내의 재산범죄에 대한 구분이 쉽지 않고, 만약 가정 내 재산범죄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가정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합당하다는 판단에서 친족상도례가 제정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족 간의 돈을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많은지 집안에 말썽 부리는 삼촌이나 고모는 하나씩 있게 마련이고, 이 때문에 부모님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는 걸 보고 자랐다면 친족상도례라는 제도가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인 사람들도 많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5%가 친족상도례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한 연예인의 횡령 피해 사건의 경우, 횡령의 혐의가 친형에게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버지가 자신이 횡령을 주도했다고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피해 연예인과 횡령을 한 친형은 함께 살지 않아 친족상도례를 통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면제받을 수 없는데, 피해 연예인과 아버지는 직계혈족으로, 아버지와 동거하지 않아도 아버지는 형사 처벌을 당연히 면제받는 지위에 있다. 이런 것을 노리고 연세 지긋한 아버지는 굳이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나서는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친족상도례가 적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천륜을 지키기 위한 제도이고, 누군가는 그 천륜을 끊는 제도가 친족상도례일 것이다. 하지만 주로 피해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면 이제는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길도 윤예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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