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코로나] 현기증 나는 수직 계단 협곡 모퉁이 돌면 폭포수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등산학교 2022. 10. 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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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메조코로나 등반
등반 시작점을 공포로 몰아넣는 폭음의 폭포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고재종 '첫사랑'

폭포를 따라 오르는 길

9세 알렉산더가 와이어 로프를 잡고 엄지척을 한다

20세기 초, 메조코로나의 의사이자 열정적인 등산가였던 툴리오 지오바넬리는 메조코로나 마을에서 서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서 아름다운 협곡을 발견했다. 그는 그 협곡의 아름다움에 깊은 감명과 인상을 받아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밧줄과 사다리를 설치했고, 해당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알렸다.

1906년 부로네 델라 카르보나라Burrone delle Carbonare 루트가 개통되었고, 1940년에는 그 루트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툴리오 지오바넬리를 기리기 위해 루트명을 부로네 지오바넬리Burrone Giovanelli로 명명했다. 이 비아 페라타Via ferrata(와이어 안전장치가 설치된 등반코스) 루트는 아름다운 폭포와 자연 계곡 덕분에 현재에도 많은 등산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올리비아가 힘든 순간에도 카메라가 보이면 어설프게나마 웃어 준다.

볼자노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 넓은 포도밭 사이 주차장에 차를 두고 계곡으로 난 개울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몇 번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자 우렁찬 폭포 소리에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기증 나는 수직의 계단과 가파른 길이 우리를 협곡 안으로 유혹하고 있었다. 높은 바위벽이 개울 옆으로 솟아 있고, 개울을 따라 계속해서 들어가면 아름다운 폭포가 쏟아지는 쉬기 좋은 대협곡에 도달한다. 마지막 계단을 통해 바위를 넘어가면 숲길에 이른다.

급경사의 철 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른 후, 경사가 완만해지고 폭포의 굉음이 줄어들자 아이들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동굴 같은 벽을 넘어서자 계곡 위에서부터 차가운 칼바람이 불어와 급하게 상의를 꺼내 입었다. 바람을 피해 쪼그리고 앉아 과일 주스와 비스킷을 먹었다. 몇몇 사람들이 우리들을 지나치며 아이들에게 대단하다고 엄지척을 해준다.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멋진 전망의 케이블카 하산

조금은 지루한 완만한 경사의 물길은 양옆의 거대한 벽에 막혀 음흉한 느낌이 들었지만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산행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이내 협곡 상단이 환해지고 길은 왼편으로 굽어진다.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갔더니 철 계단이 나왔고, 계단 사이로 흐르는 물에 아이들이 손을 담그며 좋아했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일행.

아이들이 건너편 약 120m 실폭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신기한 듯 목이 부러져라 한참을 서서 쳐다본다. 비아 페라타 등반이 끝나고 길은 Y자형으로 나뉜다. 왼쪽 길은 두 시간 동안 내려가는 급경사 길이고, 오른쪽 길 한 시간을 걸으면 작은 마을에서 미니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할 수 있다. 우리는 미니 케이블카를 타자고 아이들을 격려하며 하산했다.

바이타 만지Baita Manzi로 내려온 뒤 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몬테Monte에서 멋진 전망을 즐기며 미니 케이블카를 타고 마을로 내려왔다. 케이블카 역에서 드미트리가 아이들을 양 옆에 껴안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애들처럼 좋아한다. 같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타지에서 36년을 패션 디자이너로 인정받으며 당당하게 살고 있는 나로서 벨라루스 국적으로 볼자노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일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지에서 고된 생활을 극복하며 사는 그의 저력은 강인한 정신력과 철저한 건강관리인 것 같다. 그의 가족들이 더욱 더 당당하게 이탈리아 생활을 잘 해내길 바란다.

정상을 내려와서 마을로 내려가는 미니 케이블카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남을 첫 경험의 추억

드미트리와 함께 등반을 하면서 그가 아이들을 훈련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추운 겨울에도 얼음물에 자신이 먼저 들어간 후 아들과 딸도 들어오게 했었다. 물에서 나오자마자 커다란 수건으로 아이들을 감싸주며 칭찬을 하고 몇 번씩 꼭 껴안아 주는 것을 보며 나도 과연 우리 애들을 저렇게 혹독하게 훈련시킬 수 있었을까 몇 번이고 반문한 적이 있다.

암장에서 클라이밍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추워하면 암장을 몇 바퀴씩 뛰게 했고 팔굽혀펴기도 몇 십 회씩 시켰다. 마치 소련 특수부대원을 조기 교육시키는 것 같았었다. 벨라루스가 조국인 그의 몸에는 강인한 구소련의 DNA와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고재종의 시 '첫사랑'의 문구처럼 혹독한 훈련을 받은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과 영광을 터뜨리는 것 같았다.

첫 만남, 첫사랑, 첫 키스… 첫 경험들은 쉽게 잊기 힘들다. 평생 가슴속 깊이 숨겨두고 혼자만 즐기고 싶은 비밀 같은 보석이다. 체르미스에서 아빠 손을 꼭 잡고 오른 첫 비아 페라타 등반은 6세 올리비아와 9세 알렉산더 두 아이들의 가슴속에 깊이 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

산행 정보

출발점

: 메조코로나 북서쪽 주차장

고도차

: 총 730m (비아 페라타만 440m)

난이도

: EEA-PD (페라타 중간에 약간 어려움)

산행 시간

: 약 4~5시간 (걸어 내려 올 경우 5~6시간)

산행 권장 기간

: 3월 말에서 11월 초 (우기 및 폭우 후에는 급류와 산사태 위험으로 절대 금지)

추가 정보

: Pro Loco Mezzocorona, 전화 +39 0461 606 022, mezzocorona@pianarotaliana.it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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