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코로나 격리소 끌려간 한국인..中 막무가내 방역에 운다 [인사이드 차이나]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22. 10. 6. 09:13 수정 2022. 10. 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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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설치된 코로나 관련 임시 격리 시설(팡창). /독자 제공

이달 초 밤 9시, 중국 수도 베이징시에 거주 중인 한국인 남성 A씨는 팡창(方艙)이라 불리는 시설로 끌려갔다. 팡창은 중국에서 코로나 경증 확진자나 무증상 감염자, 밀접 접촉자를 격리하기 위해 만든 임시 간이 병원으로, 격리소나 마찬가지다. A씨는 코로나 확진자도 무증상 감염자도 아니었지만, 정확히 언제인지도 모르는 시각에 감염자와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강제 격리됐다.

A씨는 격리 시설로 이송되기 이틀 전, 베이징 인접 도시로 차를 운전해 당일 출장을 다녀왔다. 그날 오후 베이징으로 돌아오던 길에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내려 신분증인 여권을 제시하고 개인정보를 등록했다. 중국 국적자는 차에 탄 채로 방역을 위한 검문을 거치지만, 외국인은 반드시 차에서 내려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는 베이징에 돌아온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평소처럼 그가 운영하는 가게로 출근했다. 일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났다.

중국 베이징에 설치된 코로나 관련 임시 격리 시설(팡창) 내부. /독자 제공

격리 시설로 이송되던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중 베이징 다싱구 공안국이라며 그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다. 외국인인 것을 확인한 담당자는 그에게 중국어를 이해할 수 있는지 물었다. 중국어를 알아듣는다고 답했으나, 이 담당자는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했는지는 설명도 하지 않은 채 통역을 도와줄 사람을 구해 놓으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출근 후 오후 3~4시 사이에 다시 전화가 왔다. 담당자는 통역을 맡은 중국인 직원 B씨에게 A씨가 베이징 귀경 전 검문 과정에서 차에서 내렸을 때 코로나 확진자와 마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시각과 동선이 겹치는지 불분명하지만, 그랬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밀접 접촉자란 애매한 말을 했다. 이후 A씨가 사는 아파트 주민위원회에서 또 전화가 왔다. 팡창 시설로 가야 하니 30분 안에 집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집 도착 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에게 흰 방호복을 입히고 전신에 소독약을 뿌리며 밖으로 데려나갔다.

A씨는 먹을 것도 챙기지 못한 채 차에 실려 약 30㎞ 떨어진 곳으로 갔다. 큰 건물 내부에 철제 판으로 칸칸이 나눈 컨테이너 방에 격리됐다. 방엔 침대와 소파, 책상, 의자, TV, 냉·난방기가 있고 욕실이 따로 있다. 찬바람이 많이 들어와 춥고, 방음이 안 돼 소음이 크고, 악취가 심하다고 했다. 그나마 물리적 고통은 견딜만 하다. 그는 감옥이나 다름없다는 시설에서 열흘 이상 갇혀 있어야 한다. 자영업자인 그로선 가게 운영이 어려워 하루하루 손해가 막심하다.

A씨는 “베이징에 돌아와 이틀간 온갖 곳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갑자기 나만 바이러스 보균자 취급을 하며 격리시키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함께 차에서 내렸던 일행에겐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원칙도 없고 의미도 없는 방역 정책에 화가 난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에 설치된 코로나 관련 임시 격리 시설(팡창). /독자 제공

A씨는 통역을 해준 직원 B씨에게도 미안하다고 했다. 당시 가게에 다른 직원도 있었지만, B씨는 당국 요구로 통역을 하며 옆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7일간 자가 격리에 처해졌다. B씨 역시 “당시 현장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왜 나만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느냐, 납득할 수 없다”고 따졌지만, 주민위원회는 “당 대회(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엄중한 상황이라 우리도 격리 통보가 내려오면 어쩔 수 없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팡창은 코로나 감염을 박멸한다는 중국의 고강도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의 핵심이다. 감염자나 밀접 접촉자를 일반 병원이 아닌 임시로 지은 대규모 구조물 안에 고립시켜 바이러스 전염 고리를 끊는다는 전략이다. 보통 넓은 부지에 해운 컨테이너처럼 보이는 임시 건물을 뚝딱 만들어낸다. 팡창은 2020년 초 코로나 대유행 초기 중국 일부 도시에서 쓰였다. 베이징시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자를 수용했던 야전 병원인 샤오탕산 팡창 병원을 2020년 코로나 감염자 수용을 위해 다시 열었다. 이후 다시 닫았다가 올해 5월 1일 9개 격리 병동에 병상 1200개를 갖추고 2년여 만에 운영을 재개했다.

2022년 9월 중국 영상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올라온 영상. 중국 쓰촨성 광안시의 숲속 벌목지에 세워진 코로나 관련 임시 격리 시설(팡창)로, 1만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더우인

3월 말부터 두 달 넘게 계속된 상하이 전면 봉쇄를 계기로, 팡창은 방역 필수 시설이 됐다. 당시 상하이에선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팡창이 만들어졌다. 특히 상하이 동쪽 훙차오공항 인근의 대형 전시장 국가회전중심(NECC)은 병상 5만 개를 갖춘 코로나 감염자 수용 시설로 개조됐다. 모터쇼와 무역 박람회가 열리던 공간이 다닥다닥 놓여진 병상에 누운 사람들로 가득찼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나 회복된 사람을 마구잡이식으로 한 공간에 몰아넣어 오히려 감염 위험을 키운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곳은 53일간 17만여 명을 수용한 후 5월 긴급 임무를 종료했다.

중국 상하이 대형 전시장 국가회전중심(NECC)이 2022년 4월 병상 5만 개를 갖춘 코로나 감염자 수용 시설로 개조됐다. /AP 연합

지난달 중국 영상 소셜미디어 더우인(틱톡 중국 버전)엔 드넓은 숲속 벌목지에 세워진 조립식 구조물 수백 동을 드론(무인기)으로 촬영한 영상이 올라왔다. 중국 네티즌은 이곳이 최근 도시 봉쇄를 겪은 중국 남서부 쓰촨성 광안시의 팡창 시설이라는 글을 남겼다. 1만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바이윈국제공항 인근에 방 5000개를 갖춘 격리 센터를 운영 중이다. 외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격리하는 곳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6일 개막하는 당 대회에서 총서기 3연임 확정을 앞두고 줄곧 ‘제로 코로나’ 방역 기조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감염 사망자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극소수다. 시 주석 우상화의 정당성이 코로나 방역 성패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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