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보도자료도 미리 대통령실에 알리고 배포하나 [핫이슈]

김인수 2022. 10. 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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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에 엄격한 만큼이나
감사원이 현 정권에 엄중해야
정치적 중립 인정받는다
[사진 =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논란이다. 언론에 포착된 그의 문자 메시지는 이런 내용이다. "오늘 또 제대로 해명 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 한 언론의 비판 기사가 '무식한 소리'라는 뜻이다.

감사원이 해명 보도자료를 내는 거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보도에는 해명할 권리가 있다. 그 기사가 틀렸다고 주장할 권리가 있다. 그게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다.

그러나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 기관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다. 전 정권에 엄격한 만큼이나 현 정권에 엄중해야 한다. 감사원법 2조 1항 역시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여하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 공무원이, 그것도 조직의 실세라고 하는 현직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수석에게 보도자료를 낸다는 것까지 알리는 게 과연 정상인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문자 메시지에서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라는 거친 표현까지 쓴 걸 보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또 해명 자료가 나갈 것" 같은 짧은 메시지 내용을 보건대, 이미 두 사람은 간단한 문자로도 상대방의 의중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른 거 같다. 양측이 감사원 업무와 관련된 문자 메시지를 이미 여러 차례 주고받은 거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만도 하다.

대통령실은 감사원법 2조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감사원 직무에 개입한다면 법 위반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 각종 의혹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사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거라고 한다면 명백한 불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4일 윤 대통령은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에 대해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헌법기관"이라며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 말이 진심이고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 게 맞는다면, 대통령실 수석과 감사원 사무총장이 나눈 문자 메시지는 부적절하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감사원이 전 정권에 대한 감사를 대통령실과 조율해 진행한다는 의혹을 키울 뿐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으로부터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큰 논란을 일으켰다.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당연히 반발했고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마저 "감사원장님, 저도 귀를 의심케 하는데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발언하셨나"라고 재차 확인까지 했다.

감사원은 국정 운영의 지원 기구가 아니라는 건 자명하다. 그게 우리 헌법 정신이다. 최재형 감사원장 시절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였던 '탈원전'을 지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을 감사하고 그 결과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이게 제대로 된 감사원의 역할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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