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치료제 비용 낮춘다고 대상 축소?.. 중증·희귀질환자 두번 울린다

이용권 기자 2022. 10. 6. 09: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기존에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었던 암이나 희귀질환에 대한 신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환자들은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사각지대 여전한 정부 지원제도 = 정부는 지난 2015년에 대체재가 없거나 환자 수가 적어 통계 자체가 적은 희귀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의 건강보험 등재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를 도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신약 ‘건강보험 적용 신속등재’ 추진 논란

비용 부담 높은 면역항암제 등

보험급여 품목 확대 나섰지만

평가기준 개정안 ‘면제조건’에

‘대상환자 소수·소아 한정’ 명시

기회 더 줄어… 본래 취지 무색

# 피부와 중추신경계가 동시에 이상을 보이는 희귀질환 신경섬유종증 환자 A 씨는 치료제가 해외에서 개발됐다는 소식에도 기쁘지만은 않다. 환자들의 평균 생존율이 2∼3년밖에 안 돼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해당 치료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연간 2억 원에 달하는 치료 비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B 씨도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지 고민이다. 암세포에 3가지 수용체가 없어 표적치료제가 듣지 않는 희귀암인 ‘삼중음성’ 암의 특성상, 면역항암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1회 치료에만 대략 500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집안 형편상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기존에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었던 암이나 희귀질환에 대한 신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환자들은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신약에 대해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 등으로 지원하고는 있지만, 정작 환자들은 급여 신청 자체가 어려운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각지대 여전한 정부 지원제도 = 정부는 지난 2015년에 대체재가 없거나 환자 수가 적어 통계 자체가 적은 희귀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의 건강보험 등재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를 도입했다. 보통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는 대체 치료제와 효과를 비교하거나 환자 통계 등을 통해 경제성 평가를 한 뒤 허가하는데, 이런 근거 자체가 없는 질환에 한해 평가를 면제하는 제도다. 특례 적용 대상 약제는 선진국 7개국의 등재 여부와 최저가 기준을 참고해 급여 여부를 결정하고 약가를 협상한다. 정부는 지난 7월 고가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등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요양급여 대상 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예고했지만, 되레 환자들은 치료 접근성이 심각하게 제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규정 개정안에 경제성평가 면제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대상 환자 소수’ 항목을 명시한 점이다. 소수도 정의가 모호해 통상적으로 200명 미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이번 개정안으로 대상이 소아에만 한정됐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은 “개정안으로 지금도 어려운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기회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신속등재를 통해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정부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 호소하는 환자들 = 현재도 희귀질환자들은 ‘생명 vs 비용’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삼중음성 유방암을 앓고 있는 한 환자는 “좋은 면역 항암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더라도 비급여로 인한 치료비 부담에 대한 걱정이 먼저 든다”며 “치료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재정적인 부분까지 고민해야 할 때가 환자 입장에서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을 앓고 있는 환자는 “기도에 부종이 오면 물과 음식을 먹지 못하고 숨을 쉴 수가 없기 때문에 죽음의 고통과 싸워야 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며 “치료제는 환자들에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으로, 희귀질환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 확대가 신속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경섬유종증 치료제인 코셀루고의 경우 지난 2020년 10월 22일 식약처의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되고, 2021년 5월 28일 품목허가를 획득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여전히 비급여로 남아있다. 신경섬유종증 희귀질환 환자를 돌보고 있는 한 가족은 “희귀질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은 2∼3년으로 길지 않다. 올해 안으로 치료제가 하루빨리 급여화돼 환자들이 지체 없이 치료를 받고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 사회적 복귀를 이뤄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아직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질환이더라도, 만성적으로 삶의 질을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질환과 대상 환자 수가 극소수인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은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해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