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비속어와 자연스러운 혐오표현

황예랑 기자 2022. 10. 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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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이 새끼' '날리면' 이야기뿐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표현은 '바이든' '날리면'만큼이나 첨예한 갈등의 중심에 있다.

에펨코리아, 메르스갤러리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여성가족부·페미니즘·성소수자·장애인에 대해 쓴 기사의 댓글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혐오표현이 자주, 많이 등장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쓰였고, 지난 몇 년간 어떤 흐름을 거쳤는지, 실제보다 얼마나 더 과대 대표됐는지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함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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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1432호 표지이미지

온통 ‘이 새끼’ ‘날리면’ 이야기뿐이다.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두고서 온 나라가 홍해 갈라지듯이 나뉘었다. 듣기평가하는 마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고. ‘날리면’이 대체 뭐라고. 심지어 당사자도 “(비속어 부분 쪽은) 기억을 잘하기 어렵다”지 않나.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게 또 대체 뭐라고, 자막을 조작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언론사를 고발까지 하나.

개인적으로 귀에 꽂힌 단어는 ‘바이든’보다는 ‘이 새끼’였다. 물론 대통령도 사람이니 비속어, 욕설 쓸 수 있다. 나도 혼잣말로, 가끔은 대놓고 욕한다. 그래도 때와 장소는 가린다. 대통령이, 아무리 공식 석상이 아니었다지만 그것도 외교 무대에서 ‘이 새끼’라니. 평소 얼마나 자주 쓰는 표현이었으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듯 말했을까. 주변을 돌아보면 비속어가 일상인 이들이 있다. 온라인 게시물이나 댓글에서 김치녀, 꼴펨, 맘충 따위의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이들도 비슷한 부류다. 그런 말 자체가 누군가에게 왜 혐오이고 공포인지 몰라서 그런다. “무지가 권력”(엄기호의 이야기 사회학)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표현은 ‘바이든’ ‘날리면’만큼이나 첨예한 갈등의 중심에 있다. 에펨코리아, 메르스갤러리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여성가족부·페미니즘·성소수자·장애인에 대해 쓴 기사의 댓글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혐오표현이 자주, 많이 등장한다. 그동안 대부분 언론은 이런 혐오표현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구실만 했다. 혐오를 갈등이라는 단어로 대체하기에 급급했다.

<한겨레21>은 달리 접근해보고 싶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쓰였고, 지난 몇 년간 어떤 흐름을 거쳤는지, 실제보다 얼마나 더 과대 대표됐는지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함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혐오표현을 학습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백만 건의 게시글과 댓글을 분석했고, 박다해, 고한솔 기자가 전문가 15명을 인터뷰해 그 맥락을 깊이 들여다봤다.

이번호부터 잡지 매무새도 다듬었다. 디자인을 바꾸면서 읽기 쉽게 본문 글자 크기를 9.8포인트에서 10.3포인트로 키웠다. 독자 여러분이 반가워할 만한 새로운 필자들도 모셨다. <말끝이 당신이다>의 저자인 김진해 경희대 교수가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글쓰기’의 즐거움과 어려움에 대해 적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신동호 시인이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읽은 책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유명 유튜버 초식마녀가 채식 레시피와 일상을 쓰고 그린다.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가 사투를 벌이는 아기들에게서 배우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장 이번호부터 ‘무지개와 십자가’ ‘역사와 정치 평행이론’ ‘공부하는 늙은 엄마’ ‘북저널리즘의 뉴노멀’ 등 새 연재물이 실렸다. 신문 <한겨레>에서 노동을 담당했던 신다은 기자가 <한겨레21>의 새 식구로 합류했다는 소식도 전한다.

마지막으로 죄송한 말씀을 어렵게 꺼내본다. 고심 끝에 10월1일부터 <한겨레21> 구독료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낱권 가격은 4천원에서 5천원으로, 1년 정기구독료는 18만원에서 22만5천원(정가의 10% 할인 가격)으로 오른다. 독자 여러분께 보답할 길은, 인상된 가격에 걸맞은 좀더 좋은 콘텐츠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독자 여러분과 좀더 가까이 연결될 궁리도 하나둘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다음호에 자세히 설명해드리려 한다.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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