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칼럼] 법인카드의 골프장 사용액, 손비인정 범위 축소해야

서천범 (사)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

국내 골프장산업의 건전화를 위해서는 임직원 복지용을 제외하고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법인카드 사용액의 손비(損費)인정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프는 국내에 사치성 고급스포츠로 도입됐다.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2016년 9월 28일 시행되면서 골프가 사치성 고급스포츠에서 건전한 대중스포츠로 재탄생하게 되는 기반이 조성됐지만 아직도 접대골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골프가 룸살롱처럼 접대문화의 하나로 국내에 도입되면서 많은 문제점이 생겼다. 그린피는 턱없이 비싸게 책정됐고 식음료값도 시중가격보다 최대 10배 가까이 비싸게 받고 있다. 접대하는데 가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불했고 오히려 비싸야 대접 잘하고 대접 잘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급 골프장을 주말에 이용하는 골퍼들은 접대 목적이 적지 않다고 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법인카드로 골프장에서 사용한 금액은 지난해 1조 9160억 원으로 전체 골프장 매출액 6조 9599억 원의 27.5%에 달했다. 지난해 골프장 사용액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보다는 48.6% 급증했다.

이 비중이 2011년에는 30.9%로 가장 높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2018년에는 26.0%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에는 27.5%로 다시 높아졌다. 법인카드의 골프장 사용금액 중 일부는 임직원 복지용으로 사용되겠지만 적지 않은 금액이 접대골프에 사용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접대골프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골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골프가 사치스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1992년 72%에서 2013년 48%, 올해는 36%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우리 국민의 3분의 1 정도는 골프가 사치스럽다고 응답했다.

한편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법인카드 사용액의 손비인정 범위를 축소할 경우, 564만 골퍼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코로나19 특수로 급등한 그린피가 하락할 것이고 주말 부킹난이 완화되며 턱없이 비싼 식음료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내 돈 내고 골프를 치고 음식도 내 돈 내고 사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올라간 골프회원권값도 하락할 것이다. 지난 7월의 정회원 골프회원권값은 평균 3억 원을 넘어섰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말보다는 2.6배 급등했고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4월 3억 1705만 원에 94.7%까지 올랐다. 골프를 값싸게 칠 수 있는 회원권 수요가 급증했고 부실 회원권이 정리되면서 회원권 투자가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을 포기한 젊은 세대들이 적지 않은데, 이용권에 불과한 남부CC 회원권값이 26억 원을 넘어서면서 계층간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

따라서 조세당국은 국내 골프장산업의 건전 발전을 위해서 임직원 복지용을 제외하고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법인카드 사용액의 손비인정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도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을 손비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건전화됐다고 한다. 이 경우 골프장이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이라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크게 희석되면서 골프가 건전한 대중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