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촌·차별 현장 누비는 피아니스트 레비트, 한국 온다

임석규 2022. 10. 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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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5)가 한국에 온다.

많은 음악팬이 고대해온 그의 첫 국내 리사이틀 무대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란 유대인인 그는 정치·사회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활발히 발언하는 '행동파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그해 노벨평화상 시상식 콘서트는 그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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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 15~16일 한국서 첫 리사이틀
'인간의 높고 낮은 모든 감정' 베토벤 연주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5)가 한국에 온다. 많은 음악팬이 고대해온 그의 첫 국내 리사이틀 무대다. 섬세하면서도 자유롭고, 절제하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전세계 공연장이 앞다퉈 그를 초청한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란 유대인인 그는 정치·사회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활발히 발언하는 ‘행동파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미국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헌정 앨범에 참여하는 등 음악 스펙트럼도 넓다. 새달 15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16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연주하는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저는 이 세상을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제가 속한 사회를 위해 책임감 있는 시티즌(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민감한 정치적 문제에 침묵하지 않는 이유다. 트위터 애용자인 그는 수시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날린다. 그는 푸틴과 트럼프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난민촌에 들러 실태를 살펴보고, 독일 방송에 나가 실태를 알리며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기후위기도 중요한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그의 여정을 담은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가 최근에 나왔는데, 제목이 <두려움 없이>(No Fear)다.

그는 개성 있는 베토벤 연주자로도 명성이 높다. 그가 2019년에 발매한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앨범은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내한 리사이틀도 베토벤 소나타로 채운다. 그중에서도 대중적 인기가 높은 소나타 17번(템페스트)과 8번(비창), 21번(발트슈타인), 25번이 목록에 올라 있다.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 빈체로 제공

“이번엔 연주할 때 즐거움을 주는 곡들을 골랐어요. 관객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죠.” 그에게 베토벤은 매우 특별한 존재다. “베토벤은 저의 삶과 예술에 깊이 연결돼 있지요. 베토벤 음악의 모든 순간이 제게는 소중하고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그는 베토벤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베토벤의 작품에는 환희, 기쁨, 절망, 상처, 아픔, 고독, 고뇌 등 인간의 가장 밑바닥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의 감정이 모두 존재한다.” 이런 그조차 베토벤과 ‘거리 두기’를 한다. “(너무 베토벤에게 매달리다 보면) 가끔 피로해지죠. 그럴 땐 조금 거리를 두고 쉽니다. 너무 많이 연주해서 일종의 루틴이 되는 것보다는 조금 쉬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2020년 독일이 코로나로 봉쇄됐을 때 집에서 50차례 이상 연주하며 이를 스트리밍으로 외부와 공유했다. 코로나로 무대를 잃은 예술가들을 위해 무려 16시간에 이르는 마라톤 연주를 펼치기도 했다. 그가 ‘침묵의 비명’이라고 이름 붙인 이 연주회에서 그가 연주한 곡은 에리크 사티의 ‘벡사시옹’이었다. 그해 노벨평화상 시상식 콘서트는 그의 무대였다.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황제’를 스톡홀름필하모니와 협연했다.

물론, 그의 음악은 인정하되 그의 정치적 견해엔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도 이를 인정한다. “무대 위에선 오직 제 음악만이 저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저는 음악만으로 솔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관객 중 누군가는 제 음악과 제 사회적 의견을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을 테고, 누군가는 제 음악만을 들으시겠죠.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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