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04이닝.. 두산 불펜 든든히 지킨 홍건희
3년 동안 200이닝을 던졌다. 구원투수로서 이만한 팀 공헌도가 없다. 두산 우완 홍건희(30) 이야기다.
홍건희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 5-2로 앞선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홍건희는 유독 SSG를 상대로 고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8경기에서 3패(평균자책점 5.23)나 당했다. 세이브는 하나 뿐이었다.
선두타자 이정범에게 내야안타를 준 홍건희는 박성한과 대타 전의산을 잡아냈다. 하지만 최준우에게 다시 안타를 맞고 2사 1, 2루에 몰렸다. 타석엔 장타력이 뛰어난 한유섬이 대타로 나왔다. 홍건희는 초구 슬라이더 이후 직구를 연이어 4개 던졌다. 그리고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져 체크스윙을 이끌었다. 삼진. 경기 끝.
경기 뒤 만난 홍건희는 "나름 SSG(2020년 평균자책점 0, 2021년 2.45)에 강해서 자신있었는데 올해는 많이 꼬였다. 블론세이브는 없는데, 마지막에 동점 상황에 나가 점수를 주니 기회가 없었다"고 웃었다. 이어 "마지막 SSG전에서 마무리를 잘 하고 싶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한유섬 타석에 대해선 "장타가 많은 타자다. 직구 구위가 내 장점이니 더 과감하게 승부를 했고, 변화구는 좀 더 확실하게 (떨어지게)던졌다"고 말했다.
2011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홍건희는 2020년 6월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꾸준히 필승조로 활약했고, 마무리 보직까지 맡았다. 3년간 182경기에 나가 204이닝을 던졌다. 두산 팬들도 그런 홍건희의 헌신에 감동해 이날 경기 전 김명신과 홍건희의 이름으로 커피차를 보냈다.
홍건희는 "올해도 큰 부상 없이 풀타임 시즌 치러 만족한다. 패전(9패)이 많은데 동점에 나가서 당한 게 6개(시즌 블론세이브는 4개)인가 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겨내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 내년엔 동점에서도 잘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두산 이적 후 후배가 더 많아졌고, 투수조장까지 맡았다. 홍건희는 "KIA 땐 성적이 워낙 떨어졌다. 입지가 좁아져 스스로 더 위축됐다. 두산에 온 뒤 감독, 코치님이 주문한 대로 공격적으로 정면승부하면서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상황에 나가다 보니 책임감도 생겼다. 내가 못하면 더 흔들리니까 잘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올해 전체적인 선수층이 얇아졌다. 홍건희는 "팀 사정상 중간투수들이 부족했다. 저랑 명신이, (정)철원이, (장)원준이 형 등이 있었지만 원활하게 돌아가진 못했다"며 "명신이랑 이야기한 게 '던질 수 있을 때 행복하게 던지자'고 했다"고 말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두산은 올 시즌 9위에 머물렀다. 홍건희도 못내 아쉽다. 그는 "2020년에 와서 바로 가을야구를 했고, 작년도 했다. 두산에 와서 왜 강팀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며 "멤버들이 빠진 것도 사실이고, 야구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고 성장하면 가을야구 계속 갈 수 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홍건희는 "두산에서 3년 동안 많이 던졌지만 행복하게 야구를 했다. 더 던지고 싶었는데 못 던질 때도 많았다. 팬들이 '고생한 거 챙겨주고 싶었다'고 하는데 감사드린다. 더 힘이 난다. 건강하게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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