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예종의 편견..장애인 없는 과 "이성적 작업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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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절반에 가까운 학과들이 장애학생을 뽑기 위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판에도 무용원과 전통예술원 소속 학과들은 앞으로도 같은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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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 실시하지 않는 것 자체 차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절반에 가까운 학과들이 장애학생을 뽑기 위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능력이 필수적”이라거나 “동료들과 자유로운 소통이 요구된다”는 이유 때문인데,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진학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예종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2022학년도 기준 27개 학과 가운데 11개 학과(41%)에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이 없다. 구체적으로 연극원 소속 연기과·연출과·무대미술과, 영상원 소속 영화과·멀티미디어영상과·애니메이션과, 무용원 소속 실기과(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전공)·창작과, 전통예술원의 한국예술과·무용과·한국음악작곡과 등이다.
이들 학과는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로 ‘신체능력과 협업능력이 요구되는 전공 특성’을 들었다. 무용원은 “전공 특성상 고도의 신체능력과 음악·주제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안무를 짜는 등 긴밀한 협업능력이 필수적”이라며 “신체적·지적 장애 학생에게 일반 학생과 같은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거나 소수 장애 학생만을 위한 별도의 수업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통예술원은 “전통악기를 배우고 다각도로 실험하며 창작곡을 써나가는 과정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몰두하며 끊임없는 인내를 감수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라 신체적·지적 장애 학생은 실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예종은 뽑는 학과가 적다 보니 신입생 규모도 적다. 2022학년도 입학 인원은 574명(정원 내 553명, 정원 외 21명)인데 이 가운데 정원 외로 뽑힌 특수교육대상자 신입생은 3명(극작과·디자인과·조형예술과)에 그쳤다.
이처럼 일부 학과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관련 법령 위반은 아니다. 현재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29조에 따라 정원 외 선발로 운영되는데 학과 별 교육과정이 다양하다는 것을 감안해 정원 외 선발 비율에 하한선 등 제한을 두지 않는 데다, 한예종은 대학이 아닌 ‘각종 학교'로 이 조항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이나 장애인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서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어, 전형을 실시하지 않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획일적인 편견으로 인해 교육기관 진입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도 무용원과 전통예술원 소속 학과들은 앞으로도 같은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영상원의 애니메이션과는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실시할 계획이라고, 이 밖의 학과들은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본다는 방침이다. 한예종 쪽은 <한겨레>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실시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전형 확대 실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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