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이 이겼다" 물적분할 상장사, 국감 증인 소환되자 철회

김민기 2022. 10.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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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사업 분할을 추진하다 철회한 풍산.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 인적분할 등으로 인해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면서 강하게 반발하자 기업들이 하나둘씩 분할을 철회하고 있다. 기업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 될 위기에 놓이자 한발 물러선 만큼 향후 분할을 계획한 기업들 역시 분할 철회를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방산사업 분할 절차를 중단하고 분할계획서를 철회하기로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풍산 측은 “최근 정부와 관계 당국의 물적 분할 관련 제도개선 추진 및 향후 일반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주주 보호 정책 전개 방향 등을 고려하고, 이번 분할에 대한 반대 주주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신중히 검토했다”며 물적 분할 계획 철회 배경을 공개했다.

국감 증인 출석 위기에 물적분할 중단

물적분할을 추진했다 중단한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뉴시스

물적분할시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한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 반대 연대'를 꾸리고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자 기업들이 백기를 들고 있다. 물적분할은 모기업이 신설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다. 상장 시 기존 주주들은 단 한주의 주식도 받을 수 없어 주주가치 훼손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소액 주주들이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이유다.

앞서 DB하이텍도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던 반도체 설계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6일 DB하이텍은 "사업부 분야별 전문성 강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설계사업 분사 검토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했으나 현재 진행 중인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DB하이텍은 신사업인 반도체 설계 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분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강력히 반발해왔다.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DB하이텍 소액주주 연대는 풍산·한국조선해양 등 소액주주들과 함께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의 이름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다른 상장사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풍산 소액주주들도 주주가치 훼손 등을 우려하며 지난달 20일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는 등 물적분할 반대 운동에 나섰다. 풍산과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14일 주주연합을 결성해 서로를 돕기도 했다.

주주연대는 "앞으로도 물적분할 추진종목에 대해서는 물적분할 반대를, 물적분할 후 상장 추진종목에 대해서는 재상장 반대, 상장까지 완료된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치 제고(자회사 지분 매각후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들이 꼬리를 내린 것은 물적분할 문제로 기업 오너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류진 풍산 회장을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이번 물적분할 철회 결정으로 증인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이용우 의원은 "풍산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정부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풍산이 물적분할을 발표하면서 해당 정책을 피하려는 꼼수를 쓰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풍산이 물적분할 철회를 결정했기 때문에 증인 신청도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 뭇매에 인적분할 기업도 안절부절

인전분할을 추진하는 한화솔루션. 사진은 큐셀부문이 건설한 미국 텍사주 태양광발전소. /뉴스1

이처럼 기업들이 뭇매를 맞자 물적분할 뿐 아니라 인적분할로 노선을 트는 기업들 역시 안절부절이다. 인적분할은 규제 강화로 발목이 잡힌 물적분할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인적분할 역시 핵심사업을 떼어내면서 기업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어 개미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연내 물적·인적 분할을 앞두고,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자동차·태양광소재 등 첨단소재 부문을 물적분할하고 갤러리아를 인적분할하기로 공시했다.

한화솔루션은 물적 분할로 인한 반대 주주의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700억원 규모 자사주 공개 매수에도 나선다. 9월 26일부터 10월 17일까지 취득할 계획이며 보통주는 5만1000원(현재 주가 대비 3%), 우선주는 4만7669원(현재 주가 대비 8%)에 매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도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한 이후 6만원대 주가가 5만3000원대까지 급락했다. 현대백화점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지주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가칭)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홀딩스는 현물출자, 신주 발행을 거쳐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 현대쇼핑 등을 지배한다. 또 기존 주주는 현대백화점과 홀딩스 주식을 각 0.77주, 0.23주 받게 된다.

주주들은 현금 자산이 풍부한 자회사 한무쇼핑의 분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반면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이 없어 아쉽다는 의견이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과 무역협회의 합작법인으로 무역점, 킨텍스점, 충청점, 목동점, 남양주아울렛, 김포아울렛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이 2100억원에 달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설립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정책이 없기 때문에 투자 심리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무쇼핑은 현재 백화점과 아울렛 사업만 영위하고 있어 신설되는 지주사가 현대백화점이 받는 밸류에이션 배수를 넘어서 받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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