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독서의 배반

남궁창성 2022. 10.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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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韓愈·768~824년)가 원화(元和) 11년 아들 창(昶)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무가 둥글고 모나게 깎임은 목수의 몫이고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것은 독서에 달려 있다. 두 집안이 각각 아들을 낳았다고 하자. 아이 적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열두세 살에 이르면 두각이 달라진다. 스물에 이르면 틈이 벌어지고 서른 살이 되면 하나는 말을 모는 졸개가 되고 하나는 재상이 된다. 무슨 까닭인가. 배우고 배우지 않은 차이다. 학문은 몸에 간직하는 것이라 써도 남음이 있다. 가을이니 맑고 시원한 기운이 넘쳐 등불은 가까이할 수 있고 책을 펼쳐 읽을 만하다. 어찌 아침저녁으로 너를 염려하지 않겠는가." 책을 읽어도 부귀와 출세는 명(命)과 시(時)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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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韓愈·768~824년)가 원화(元和) 11년 아들 창(昶)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무가 둥글고 모나게 깎임은 목수의 몫이고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것은 독서에 달려 있다. 두 집안이 각각 아들을 낳았다고 하자. 아이 적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열두세 살에 이르면 두각이 달라진다. 스물에 이르면 틈이 벌어지고 서른 살이 되면 하나는 말을 모는 졸개가 되고 하나는 재상이 된다. 무슨 까닭인가. 배우고 배우지 않은 차이다. 학문은 몸에 간직하는 것이라 써도 남음이 있다. 가을이니 맑고 시원한 기운이 넘쳐 등불은 가까이할 수 있고 책을 펼쳐 읽을 만하다. 어찌 아침저녁으로 너를 염려하지 않겠는가.”

책을 읽어도 부귀와 출세는 명(命)과 시(時)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두보(杜甫·712~770년)는 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장안에 왔다. 만권의 책을 독파해 붓만 잡으면 신들린 것처럼 글을 썼다. 명성이 하늘을 찔렀다. 아침이면 부잣집 문을 두드리고 저녁이면 살진 말의 먼지를 쫓아 다녔으나 돌아온 것은 먹다 남은 술잔에 차디찬 안주였다. 결국 사랑하는 종남산과 맑은 위수를 뒤로 하고 서울을 떠나야 했다.

책을 너무 좋아해 눈병을 앓고 ‘책바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이덕무(李德懋·1741~1793년)도 독서로 가난을 면할 수 없었다. 집에서 가장 값나가는 것은 ‘맹자(孟子)’ 일곱 권. 굶주림에 팔아 배불리 먹고 같은 처지의 유득공(柳得恭·1749~1807년)에게 자랑하니 그 역시 ‘좌씨전(左氏傳)’을 처분해 술을 사 나눠 마셨다. 맹자가 친히 밥을 짓고 좌구명(左丘明)이 손수 술을 따라준 셈이다. 간서치(看書痴)의 일갈. “책을 읽어 부귀를 꿈꾸는 것은 요행이다. 당장 내다 팔아 한번 배불리 먹고 취하는 것이 가식없는 삶이라네.”

독서의 계절, 책에 얽힌 고사다. 먼지 뒤집어쓰고 있는 ‘고문진보(古文眞寶)’ 두 권을 팔아 제주에서 나를 찾은 후배에게 술을 권할까.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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