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사려다 살림 거덜날 판..나에겐 너무 값비싼 '친환경'

2022. 10. 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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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컨슈머 인사이트
'그린 프리미엄' 붙은 제품들
돈 없는 소비자엔 그림의 떡
비용 감수할 효용성 있어야
제품 찾는 사람 늘어날 것
소비자들이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지갑 사정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것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지속가능성과 제품 구매 비용 간 상충 관계는 더 고조되고 있다.

식물성 세탁 세제부터 친환경 섬유와 의류까지, 어디서든 지속가능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공급망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지속가능 제품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린 프리미엄'이 붙는 친환경 제품은 재정 여건이 어려워지는 소비자에게는 지속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실시한 '딜로이트 글로벌 컨슈머 트래커' 조사의 소비자 심리 데이터에 따르면 재정 문제가 코로나19를 제치고 전 세계 소비자의 주된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인플레이션, 신용카드 빚 우려도 급증했다. 스페인, 네덜란드, 폴란드 등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국가에서 지속가능 제품 구매가 더 많이 감소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고소득층 소비자는 지속가능 제품에 붙은 가격표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딜로이트 조사 대상 20개국 중 18개국에서 고소득 소비자는 지속가능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소득계층별 격차가 더 심했는데,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고소득층 소비자 중 45%가 지속가능 제품을 구매한 데 비해 저소득층 소비자는 그 비중이 20%에 그쳤다. 캐나다, 한국, 폴란드, 중국, 영국에서도 격차는 비슷했다.

저소득층 소비자가 지속가능 제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더욱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이 그렇듯 인플레이션도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제품의 수명 주기는 예측할 수 있는 패턴으로 흘러간다. 초기의 평판 스크린 TV는 너무 비싸 소비자 대다수가 구매할 수 없었다. 수십 년에 걸친 혁신 뒤에 일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 됐다. 현재 지속가능 제품은 기업 '프리미엄 전략'의 일부다. 아직 친환경 제품군은 원재료, 제조 공정, 포장, 세계 공급망에 대해 오랜 혁신 기간을 거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가격이 충분히 저렴해지지 않았다.

단지 지갑 사정 때문에 지속가능 제품 구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역설적으로 이들 제품의 미래를 낙관하게 해준다.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 구매가 지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님을 알면서도 마지못해 그리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회의 신호다. 앞으로 10년 동안 소비재 기업 리더는 비용 격차를 줄이는 혁신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미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등 제품군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제품의 비용 부담은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가로막는 다양한 상충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편리함도 매우 큰 충돌 요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집으로 오는 소포 개수를 줄이지 못하고, 물 사용량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힘들어하며, 저탄소 교통수단으로 바꾸기도 어려워한다.

돈이나 편리함 등 소비자가 포기해야 하는 것 말고 지속가능 제품을 소비하는 행동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문도 중요하다. 전 세계 소비자가 육류 소비를 줄이지 않는 가장 흔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선택이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지속가능성과 제품 가격 사이에 주목할 만한 상충 관계가 존재한다. 소매업체는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전가할 때 일반 제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고 친환경 지속가능 제품의 가격을 고정시키는 전략적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들이 가격, 성과, 지속가능성 간 상충 관계를 타파해야 한다.

[레온 피터스 딜로이트 소비자 산업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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