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발 묶더니..택시 대란에 "타다·우버 다시 타세요"

임경업 기자 2022. 10. 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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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택시대란 해법, 결국 타다 규제 완화
‘원조 타다’ 돌아올까 - 2020년 4월 서울 서초구 한 차고지에서 중고차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원조 타다’ 카니발 차량. 당시 타다는 대형 렌터카와 기사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택시 면허 없이 법을 우회해 운송 서비스를 했지만,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해당 사업을 접었다. /연합뉴스

“돌고 돌아 도로 타다와 우버를 대책이라고 제시할 것이면 지난 수년간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우고 핏대를 세웠는지 허무할 지경입니다.”

지난 4일 국토교통부가 심야택시대란 완화 대책를 내놓자,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허탈하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정부가 택시 대란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핵심 대책이 ‘과거 타다·우버 모델을 적극 활성화하고, 새로운 플랫폼 운송 서비스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허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되살리겠다고 한 타다·우버 모델은 지난 정부와 정치권이 ‘택시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모두 좌절시킨 혁신적인 시도였다. 우버의 한국 진출(2013년)부터 지난 9년 동안 IT 기반 모빌리티 혁신에 도전했던 기업과 서비스가 여럿 있었지만, 우버는 2015년 3월 철수했고, 타다는 2021년 4월 법 시행으로 금지됐다. 정부가 이번에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힌 심야 호출버스도 국내 스타트업(콜버스)이 2년간 서비스하다가 정부와 택시업계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2017년 접었던 사업이다.

혁신이 멈춘 모빌리티 시장을 대신한 것은 누더기 규제였다. 하지만 정부가 타다와 우버 모델을 결국 택시난의 대책으로 택하면서 모빌리티 혁신 시도는 결국 타다 서비스 시작(2018년 10월)으로부터 4년 만에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온 셈이다.

◇같은 카카오T로 불렀는데 호출료가 다른 이유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IT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자들을 세 부류로 쪼개 규제했다. ‘타입1′은 과거 타다·우버 모델에 각종 제약을 달아 놓은 것이다. 택시 면허 없이도 손님을 운송할 수 있지만, 운행 대수를 정부가 통제하고 매출의 5%를 상생기여금으로 내야하는 등 제약이 많아 운행 업체는 3곳 420대에 그치고 있다. 과거 타다 운행 대수의 3분이 1이 채 안 된다. 국토부는 타입1에 대한 이 규제와 제약을 풀어 제2의 타다, 우버를 만들어 택시 공급을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타입2는 택시 면허를 보유한 채로 운행하는 IT 기반 서비스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톡 캐릭터가 그려진 카카오T 블루 택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앱을 통한 중개가 아니라 직접 서비스 개념에 가깝다. 타입3는 앱을 통한 단순 중개 사업으로, 카카오T·우티(UT) 같은 앱을 통해 일반 법인·개인 택시를 호출하는 경우다.

이렇게 사업자 유형이 전부 다르다 보니, 이번 심야호출료 인상도 카카오T 블루는 상한선 5000원, 일반 카카오T는 4000원으로 다르게 책정됐다. 게다가 아이엠 택시·카카오 벤티와 같은 대형·고급 택시는 기준요금의 최대 4배까지 자율적으로 탄력요금을 적용할 수 있어 모빌리티 요금 체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시 택시기사 이모(60)씨는 “승객도, 기사도 왜 같은 택시끼리 요금과 수입이 왜 다른지 헷갈릴 지경에 이르렀다”며 “누더기 같은 규제 탓에 타입4, 타입5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혁신 가로막은 비용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

국토부와 별개로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고, 심야 요금도 올리는 자체 요금 인상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앱을 통해 호출한 심야택시의 기본요금이 사실상 1만원이 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택시 운송료는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야근이 잦은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32)씨는 “결국 타다·우버 등 새로운 서비스를 막으면서 누적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혁신을 가로막는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겠다(원희룡 장관)”며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업계에선 제2의 타다 같은 서비스가 더 나오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표는 “타다처럼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도 결국 실패했는데, 자금력이 취약한 스타트업이 기득권과 싸울 모험을 하겠느냐”며 “게다가 곳곳에 규제가 있기 때문에 더는 새로운 시도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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