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미국 추월 어렵다”… 뒤집히는 ‘美·中경제 역전론’

최유식 전문기자 2022. 10.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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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중국경제 대세론 흔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스1

“6개월, 1년 전만 해도 중국이 어느 시점에 경제 총량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게 자명해 보였지만 지금은 매우 불확실해졌다.” 지난 8월 블룸버그TV 화상 대담에 나온 로런스 서머스(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전 미 재무장관은 “(미국 추월에 실패한) 1960년대 러시아, 1990년대 일본에 대한 경제적 예측을 떠올리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 일본처럼 미국 경제 추월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을 당연시해온 서방 싱크탱크 사이에 추월이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화될 인구 감소와 미국의 견제에 따른 첨단 기술 산업 성장 정체 등으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한 상황에서 더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방 싱크탱크의 ‘중국 재평가’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을 앞장서 예측해온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작년 12월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 예상 시점을 2029년에서 2033년으로 4년 늦췄다. 이 연구소는 또 “중국 경제가 2033년 미국을 넘어서겠지만 2050년에는 미국이 다시 중국을 앞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인구를 일정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는 반면, 중국은 인구가 많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내린 예측이었다.

영국의 세계 경제 분석 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작년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규모가 2030년쯤 미국의 87%까지 커지겠지만 2050년에는 다시 미국의 81%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서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기관도 미국의 노동 인구는 앞으로 30년 동안 계속 늘어나는 반면, 중국은 생산 가능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호주 로위(Lowy)연구소도 올 3월 발간한 ‘중국 굴기에 대한 재평가’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는 2030년까지 연평균 3% 안팎, 2040년까지는 연평균 2% 정도 성장할 것”이라며 “2050년을 전후해 미국을 넘어 1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의미 있는 격차를 내긴 어렵고, 경제의 번영이나 1인당 생산성 면에서는 미국의 상대가 못 될 것”이라고 했다.

성장률 둔화에 인구도 감소

서방에서 이런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성장률이 최근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작년 4분기 성장률이 4%에서 그치면서 같은 시기 미국 성장률 6.9%보다 크게 뒤졌다. 올해 초 재정을 총동원한 인프라 투자로 성장률을 4.8%까지 끌어올렸지만, 2분기는 상하이·선전 봉쇄 등 무리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고집하다 성장률이 0.4%까지 곤두박질쳤다. 상반기 전체로는 2.5%에 그쳐 올해 목표 성장률(5.5%)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세계은행 등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서방 싱크탱크들은 2030년을 전후해 중국이 경제 총량에서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는 중국이 이 시점까지 연평균 5% 안팎의 성장을 지속하고, 미국의 성장률은 연평균 2% 이하에 그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이런 전망이 바뀌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더 큰 요인은 인구 감소다. 중국은 2012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15~65세)가 줄기 시작했으며, 올해부터는 전체 인구 감소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인도에 세계 1위 인구 대국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고령화는 가파르게 진행돼 2033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위연구소는 “1980년대 가혹한 한 자녀 정책으로 중국은 극심한 저출산·고령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생산 가능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며 “이런 추세를 뒤집을 만한 정책 수단도 제한돼 있다”고 했다.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의 칼럼니스트 하워드 프렌치는 지난 7월 칼럼에서 “중국은 지난 수년간 생산성 향상 속도가 크게 떨어졌고, 부족한 생산성을 뒷받침해온 노동 인구마저 줄고 있다”며 “가라앉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방 견제에 첨단 기술 산업도 정체

인프라,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의존한 종전 성장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작년 전체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46%나 됐다. 텅타이(滕泰) 전 인허증권연구소장은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 대담에서 “선진국은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선이고, 인도 같은 개도국도 27% 정도”라면서 “고도성장기가 지나고 나서도 계속 과도한 투자에 의존하는 것은 엄중한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가뜩이나 심각한 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견제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의 발전이 쉽지 않다. 중국의 작년 GDP는 17.7조 달러로 미국(23조달러)의 77%까지 올라왔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11년 미국의 13%였던 데서 크게 발전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 성장률 끌어올리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로위연구소는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 넘어간 기술이 중국의 생산성 향상에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며 “기술 규제로 국제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접근 기회가 줄면 중국의 기술 혁신은 그만큼 더뎌질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주석 집권 후반기부터 강화된 민간 기업 규제 등 좌파 경제 노선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과도한 채무와 불투명한 미래 성장 동력, 광범위한 기업 영역에 대한 공산당의 개입,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이 중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라고 했다.

[30년 전 일본처럼… 中 큰손들, 미국 부동산 ‘눈물의 세일’]

일본 자본은 1980년대 후반 미국 뉴욕 등지의 유명 상업용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가 1990년대 막대한 손실을 보고 헐값에 처분한 적이 있다. 중국 자본이 지난 수년 사이 이런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WSJ는 지난달 미국 부동산 정보 업체 MSCI의 데이터를 인용, “중국 기업들이 2019년부터 4년간 236억달러어치의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을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2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중국 하이항그룹이 2017년 22억 달러에 사들였다가 지난달 18억 달러에 매각한 뉴욕 맨해튼의 오피스 빌딩 245 파크 애비뉴. /트위터

대표적인 미국 부동산 쇼핑 사례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 오피스빌딩 245 파크 애비뉴는 지난달 미국 부동산 신탁 회사 SL그린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2017년 22억달러를 주고 이 빌딩을 사들였던 하이항그룹은 4억달러 손실을 보고 18억달러에 빌딩을 매각했다.

2019년 19억6000만달러에 중국 안방보험에 넘어간 뉴욕 월도프 아스트리아 호텔도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다수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중국 금융그룹 판하이홀딩스도 이미 상당수 프로젝트를 채권자에게 넘긴 상황이라고 WSJ는 전했다.

중국 자본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크게 하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 정부가 4년 전부터 기업의 외화 유출을 강력하게 통제하면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진 사정도 있다. 최근 미중 관계가 악화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WSJ는 “중국이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뉴욕 록펠러센터 등 유명 상업용 부동산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일본 기업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며 “트로피라도 되는 듯 사들였던 부동산을 줄줄이 매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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