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덕에 환차익만 25%… 어느 퇴직 관료의 대박 투자[경제포커스]
개미들, 본전 찾으려 ‘10조 도박’
주식·채권 투자환경 급변 중
공부하며 ‘정공법’ 추구해야
최근 퇴직 경제 관료를 만났더니 놀라운 투자 성공담을 들려줬다. 1년 전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 상승분의 2배 수익을 얻는 달러 투자 상품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달러 환헤지도 일부러 걸지 않았다고 했다. 1년 새 미국 기준금리는 0%대에서 3%대로 껑충 뛰었고, 4~5%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강(强)달러 덕에 환차익만 25%를 웃돈다. 투자를 중개한 증권사 직원은 “전체 고객을 통틀어 고객님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 같다”고 했단다.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한 뛰어난 통찰이 놀라운 수익률로 이어진 것이다. 매사 그렇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간 증시 활황이 이어졌다. 동학 개미들이 짭짤한 수익과 더불어 ‘나도 고수’라는 착각에 빠졌을 것이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한 지금은 어떨까. 겸손 모드로 전환해야 정상일 텐데 본전 생각에 더 위험한 도박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많아 걱정스럽다. 최근 한 달간 국내 개미들이 지수 상승·하락 폭의 2배·3배 수익을 좇는 해외 도박형 투자 상품에 쏟아부은 돈이 10조원에 달한다.
투자는 고난도 영역이다. 인류 대표 천재 뉴턴과 아인슈타인도 주식 투자에선 쓴맛을 봤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가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구글의 빅데이터 전문가와 함께 ‘투자 필승 비법’을 찾으려 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SNS)에 띄우는 주식 관련 정보를 모은 뒤 분석 알고리즘을 잘 짜면 ‘100% 성공 투자법’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전문가는 몇 달간 연구 끝에 답을 가져왔다. “주가 예측은 빅데이터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 코스톨라니는 “성공적인 투자자는 100번 중 51번 이익을 내고, 49번 손실을 본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니 자칭 투자 전문가의 화려한 언변, 증권사의 마케팅에 현혹돼선 안 된다. 작년 증시 활황 때 증권사들이 쏟아낸 온갖 테마형 ETF(상장지수펀드)는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 늪에서 헤매고 있다.
백세 시대가 되면서 투자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30년 번 수입으로 남은 30년을 버텨야 하니 투자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그런데 수수료 장사에 목맨 증권사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금을 지키려면 자신만의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남다른 결과를 얻고, 요즘 같은 투자 암흑기에도 꿋꿋이 버틸 수 있다.
그런 자질도, 공부할 시간도 없다면 수수료 싼 인덱스 펀드를 활용한 장기 분산 투자가 답이다. 워런 버핏이 아내에게 남긴 유언장에 “재산 90%는 S&P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개별 주식은 등락을 거듭하지만 증시 전체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우상향(右上向)하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도 “경제 성장의 추진력은 더 높은 생활 수준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되기에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서 우상향 이론을 지지했다. 미국 S&P 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추락한 만큼 투자 적기(適期)가 다가오고 있다.
주식 투자가 체질에 안 맞는다면 금리 상승기를 활용한 채권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 금리를 좌우하는 미국 금리가 내년 1~2분기 중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4분기 이후 채권 투자를 하면 1~3년 정도는 정점의 금리를 향유할 수 있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만기 1~3개월짜리 회전식 정기예금을 돌리다 연말, 내년 초를 채권 투자 타이밍으로 잡으면 된다. 공부도, 고민도, 발품도 다 싫다면? 그런 사람에게 남은 길은 ‘근검 절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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