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는 '사상 최고의 2등'

박강현 기자 2022. 10.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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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리그 MVP '홈런왕' 저지냐, '투타 천재' 오타니냐

2022년 메이저리그는 야구 역사가들에게 어떻게 기록될까. 정규 시즌만큼은 아메리칸리그 두 스타가 지배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와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는 MLB(미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한 기념비적 기록을 세웠다. 둘 중 MVP(최우수선수)에 뽑히지 못한 한 명도 ‘사상 가장 뛰어난 2등’이 되리라는 점도 분명하다.

◇신선하고 화끈한 저지의 대포쇼

저지는 아메리칸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5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벌인 원정 더블헤더 2차전에서 1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62번째 대포를 쐈다. 상대 선발 헤수스 티노코가 3구째로 던진 시속 142㎞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올 시즌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의 MVP(최우수선수) 후보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둘로 압축됐다. 5일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최다인 62호 홈런을 쏘아올린 애런 저지(왼쪽 사진)와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두 자리 승수와 30홈런을 해낸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다. /AP·AFP 연합뉴스, 그래픽=백형선

지난달 29일 61호 홈런으로 1961년 로저 메리스(전 양키스)의 종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저지는 이날 더블헤더 1차전까지 5경기 침묵 끝에 신기록을 세웠다. 저지를 입양해 키운 웨인-패티 부부와 저지의 아내 서맨사가 관중석에서 함께 기쁨을 나눴다. 장내엔 기립 박수와 함께 “MVP”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저지는 “이제 모든 팬이 앉아서 경기를 볼 수 있다. 나도 안심했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홈런공은 댈러스에 사는 코리 유먼스라는 팬이 잡았다. 한 경매 회사는 이 공을 200만달러(약 28억4000만원)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내셔널리그에선 배리 본즈(73개), 마크 맥과이어(70개), 새미 소사(66개)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거포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기록의 순수성이 훼손됐다. ‘클린 히터’로 통하는 저지가 팬들의 인기를 모을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로 “새 역사를 썼다. 또 다른 역사도 쓸 수 있다”고 전국구 스타 저지에게 축하를 보냈다.

◇오타니는 또 ‘초현실적 활약’

투·타 겸업 선수인 오타니는 작년에 만장일치로 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투수로 9승을 올렸고, 타자로는 46홈런(100타점)을 때렸다. 올해도 15승에 34홈런(95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두 자릿수 승수-30홈런을 MLB 사상 처음 달성했고, 투수 규정 이닝과 타자 규정 타석을 모두 채우는 또 다른 전인미답의 이정표에도 1이닝 투구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타니는 5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지명타자로 4타수 무안타에 묶이면서 연속 안타 행진을 18경기에서 끝냈다. 두 번째 타석에선 팔에 공을 맞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6일 애슬래틱스와의 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알려졌다. 최근 21경기에서 홈런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만화 같은 활약을 펼친 오타니는 최근 구단 측과 3000만달러(약 425억원)에 내년 연봉 계약을 했다. 그는 2023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투수와 타자로 초현실적인 기량을 선보이는 그가 시장에 나왔을 때 어떤 값어치가 매겨질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오타니가 올해 MVP 경쟁에선 저지에게 약간 밀린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작년에 워낙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에 올해 그가 올린 성적의 감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불이익’이 생겼다.

저지의 양키스가 리그 전체 승률 2위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딴 반면 에인절스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점도 오타니에겐 마이너스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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