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부담되네, 기업개편 트렌드는 인적분할

신은진 기자 2022. 10.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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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반대·심사 강화.. DB하이텍·풍산 등 '물적분할' 잇단 철회

최근 인적분할·물적분할 등 기업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가가 바닥을 기면서 지분 인수 등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자, 상당수 기업은 “지금이 적기”라며 앞다퉈 기업분할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재작년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로 기존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한 사례를 겪으면서, 최근 시장에서는 인적분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물적분할을 발표했던 DB하이텍·풍산은 소액주주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당초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도 물적분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앞으로 물적분할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한화·현대백·코오롱은 인적분할 중

한화솔루션은 최근 갤러리아 부문을 9(존속법인 한화솔루션) 대 1(신설 한화갤러리아)로 인적분할한 뒤, 한화갤러리아를 내년 3월 신규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의 셋째 아들 김동선 상무가 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 인적분할을 승계 문제와 연결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상무 등 한화 3형제가 각각 제조·금융·유통 이렇게 3부문으로 나눠 갖는다는 시나리오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달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현대백화점은 신설 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으로 분리된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현대백화점이 46.3%의 지분을 보유한 백화점 운영업체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지배하고,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인 지누스와 면세점 사업을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현대그린푸드도 임대사업, 신규 투자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부문을 현대지에프홀딩스(존속회사)와 푸드서비스, 유통 사업, 식재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현대그린푸드(신설회사)로 분리하기로 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 7월 인적분할을 통해 수입차 판매·AS 부문 신설 회사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세우기로 했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이웅열 명예회장의 아들 이규호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됐다. 화학 소재 기업인 유니드, 건축자재 회사인 아주산업도 최근 이사회에서 인적분할을 결정해 각각 오는 11월, 12월 분할이 이뤄진다.

주요 기업들이 최근 인적분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규제 강화로 발목이 잡힌 물적분할의 대안으로 떠오른 측면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4일 상장 기업의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반대에 DB하이텍·풍산 물적분할 줄줄이 중단

반면 최근 물적분할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소액 주주들의 반발로 계획을 속속 철회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부문을 운영하고 있는 DB하이텍은 팹리스 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소액주주들은 온라인카페를 만들어 물적분할 반대 집단 행동에 나서며, 차라리 인적분할을 하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구하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국회의원들에게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의 거센 반발에 DB하이텍은 지난달 “현재 진행 중인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풍산도 방산사업부를 풍산디펜스로 물적분할하는 안을 이달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었지만, 지난 4일 철회했다. 그룹 측은 기존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풍산디펜스 비상장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주들이 유망 사업인 방위산업을 분리 계획에 반발하며 풍산 주가가 폭락했다. 게다가 물적분할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시행되기 전의 꼼수 분할이라는 논란과 함께 류진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일까지 발생하자 결국 계획을 접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물적분할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악화되고 기업 이미지까지 덩달아 나빠지자, 경영 효율화 등을 위해 기업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인적분할 방안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물적분할·인적분할

물적분할은 회사를 둘로 나눈 뒤 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형태로, 기존 주주는 신설 회사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다. 핵심 사업 부문을 떼낸 신설 회사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유치가 가능하지만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불가피하다. 반면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도 신설 회사 지분을 받기 때문에 이런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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