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축유산' 청주시청 본관, 보존할 이유 차고 넘친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근대도시건축연구회 회장 2022. 10. 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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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주시청사 본관 존폐가 새삼스럽게 논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청주시청사는 근대건축 전문가 사이에서 보존가치가 크다는 데 이견이 없는 건축가 강명구의 작품이다. 문화재청에서도 보존을 권고했고, 청주시에도 보존 의지가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존폐 논란은 매우 놀라웠다. 게다가 철거해야 한다는 이유가 일본색이 강한 건축이라는 주장은 귀를 의심케 했다. 우리나라 근현대 건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침묵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근대도시건축연구회 회장

청주시청사는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일제강점기의 관성이 남아있던 낡은 지방행정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건축된 것이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목조 청사나 벽돌조 청사와는 달리 철근콘크리트조 건축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지향하며 청주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는 모습으로 지어졌다. 청주시청사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건물만 가능한 건축의 구조적, 의장적 특성을 담은 현대건축이다. 특히 현대건축이면서도 청주의 지형적 특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매스 구성과 옥탑부 처리는 여타 시청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건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건축적 특징과 가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1층의 전면부를 후퇴시켜 시민들의 접근성과 통행에 편의를 제공하였다. 2층 이상의 상부를 1층보다 돌출시켜 1층에 필로티를 설치하여 상부를 띄워 지상을 개방하고 육중한 매스를 경쾌하게 처리한 것은 현대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의 현대건축 수법을 적용했다. 둘째,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확보하여, 전기가 부족하던 당시의 시대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창의 크기를 최대화하면서도, 남향의 강한 햇빛으로부터 업무환경을 최적화하기 위해 건축적 해법을 도입했다. 전통건축의 처마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돌출된 발코니를 캔틸레버로 처리했는데, 이는 콘크리트 구조를 사용했기에 가능한 디자인이었다. 자연채광 이용의 극대화에 전통건축의 지혜와 현대건축 구조의 특징을 결합한 것이다. 셋째, 동시에 복도의 보행동선과 축을 같이하는 돌출된 계단의 세련된 디자인은 보행의 기능성을 유지하며 시가지 조망을 확보하면서도 현대건축의 의장적 특징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던 건축가 강명구의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건축가 강명구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현대건축 그리고 전통건축의 특징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가치를 청주시청사에 구현했다. 한편 콘크리트 건축이 갖기 쉬운 경직성을 해결하기 위해 자유로운 형태 만들기가 가능한 콘크리트조의 조소적 특성을 적극 이용하며 옥탑부를 디자인해 멀리서도 주변과 구별되는 인지성을 확보했다.

청주시청사는 청주의 역사적 정체성과 전통 건축기법의 원용, 경제발전에 따른 철근콘크리트를 통해 다양한 건축구조를 실현했다. 식민지 시기의 전형에서 벗어나, 특히 시민 친화적인 시대성을 선도한 청주시청사는 우리나라 건축사에서 기념비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청주시청사는 경제적 논리에 함몰될 단순한 건축물에 그치지 않고, 청주를 대표할 역사적 건축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청주시청사는 경제적 도약에 대한 의지를 담고, 새로운 도약을 지향하는 시대적 의지를 건축가 강명구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역사성과 현대적 건축법과 디자인으로 해석해낸 중요한 건축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청주시청사의 보존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낡은 지방행정체제를 정비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오늘 우리를 있게 한 산업화의 성과를 후속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청주시청 본관을 보존하고 후속세대와 가치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신청사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근대도시건축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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