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 Now] 적성·취향에 맞는 일이 평생 간다

2022. 10. 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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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로 대못을 박겠다는 패기 있는 후배가 찾아왔다. 스피드에 맷집까지 겸비해 단단한 재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어비빔밥을 먹는데도 어깨가 처져 있었다. 같은 업무가 반복돼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반복은 형벌이고 함정이다. 나태가 찾아와 고인물이 된다. 경험이 제한되고 시야도 좁아질 것이다. 그의 속마음을 알 만했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의 취업 환경은 말이 아니다. 배송, 요식, 관광 등의 비즈니스는 스마트폰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웹과 앱이 매장이고 점원이다. 햄버거도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는다. 단순한 일은 인공지능이 하고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물건과 음식을 나르는 것은 사람들이다.

안정된 삶이 보장되는 대기업 사원증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경력직을 선호하는 데다 자리가 언제 비는지 알려주는 공식 루트는 없다. 우후죽순 늘어난 플랫폼 기업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빨리 타오르면 빨리 식는다.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상당수가 대열에서 탈락할 것이다. 나만의 영역을 개척한다며 스타트업 대열에 뛰어들지만 성공은 하늘의 별 따기다. 행복의 영속성을 위해 로컬 크리에이터를 꿈꾸지만 자리를 잡는 데도 감당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은 삶의 관문이자 선물

일자리는 어떤 의미인가? 밥벌이로 글을 쓴다는 노작가의 토로는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극복의 대상이다. 일은 단지 밥벌이가 아니다. 동물과 식물은 일하지 않는다. 인간은 일을 통해 타인과 관계하고 사회에 기여한다. 일터에서 배려와 존중, 공존을 배운다. 일은 삶의 관문이자 선물이다. 일과 인생은 연결되고 맞물린다. 물론 원하는 일을 찾아야 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그런 일을 찾을까? 먼저 자신이 찾는 일이 부모나 동료, 세상의 욕망이 아닌지 자문해보라. 자기 적성과 취향에 맞는 일을 해야 평생을 간다. 세월이 실력과 능력으로 이어지고 성과의 결실이 따라온다. 덧붙이면 손(hand)이 아니라 머리(head)를 쓰는 일이면 더 좋겠다. 몸은 쓸수록 피곤하지만 머리는 쓸수록 개화한다. 몰입으로 이어져 무아지경의 행복감을 느낀다. 기획안을 발표하거나 작품 사진을 찍거나 연기에 빠져든 연기자의 표정이 그것이다. 좋아하는 일로 직업을 삼아라. 사랑과 자신감으로 좋아하는 일의 자격이 주어질 순 없다. 시대를 읽는 예지력(틀), 본질을 파악하는 관점력(알), 일과 사람을 넘나드는 연결력(꼴)이 필요하다.

 인문학 통해 안목·통찰 길러야

먼저 틀이 되는 트렌드 감수성이다. 세상의 변화를 자신의 상황에 접목시켜야 한다. 코로나로 모든 나라의 이혼율이 증가했지만 한국은 떨어졌다. 왜일까? 상승 곡선의 집값이 원인이었다. 코로나가 물러나고 이혼율이 다시 증가하면 노령 인구와 1인 가구 증가세와 합쳐져 반려견, 반려묘, 반려식물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력을 발휘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알, 독창적 관점이다. 예술가들이 습작과 창작의 과정을 통해 자기 세계를 구축하듯 비지니스맨도 객관적인 분석과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독창적인 솔루션을 발견해야 한다. 안목과 통찰은 인문의 바다에서 큰다. 여기에 자신만의 생각과 경험을 보태 최초의 관점을 만들어내라.

인생을 구불구불 ‘기차길’이라고 말하지 말라. 빈구석이 있어야 사람이 드나드니 ‘구멍 뚫린 도넛’이라고 해라. ‘엘리베이터’라고 해도 좋다. 오르막 내리막이라고 대답하면 실망이다. 위층에서 누르면 내려오지 않으니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설명을 달면 산전수전을 겪은 자의 관점이 된다. 세 번째는 꼴, 세상과의 연결 능력이다. 일 속에 사람이 있다. 일과 인생을 넘나들며 순환시켜라. 여행 가서 아이와 찍은 사진을 스토리로 엮어 자연주의 아파트의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시킨 이는 사통팔달의 연결력을 지닌 자다.

후배의 목덜미에 땀이 흘러내렸다. 나이 든 선배의 욕심이 과했다. 하지만 그의 초심과 잠재력을 믿는다. 시작이 반이다. 그리고 인생은 길다. 처음의 생각을 발목에 묶고 한 발씩 걸어가면 문득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후배의 건투를 빈다.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롯데자이언츠 마케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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