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55] 테일게이팅
1869년 11월 6일, 미국 뉴저지주의 두 대학 프린스턴과 럿거스(Rutgers)의 스포츠 경기가 열렸다. 축구공을 사용했고 축구와 럭비의 중간쯤 되는 방식이었다. 이 경기가 오늘날 최초의 미식축구로 기록되어 있다. 100여 명의 관중은 자기 학교 색 옷을 입고 응원을 했다. 경기장 주변에 식당이 없던 시절이어서 사람들은 타고 온 마차 주변에 모여 간단한 파티를 열었다. 싸가지고 온 옥수수와 돼지고기 등 음식을 먹고 맥주와 위스키도 마셨다. 오늘날 스포츠 경기 전의 파티를 뜻하는 ‘테일게이팅(tailgating)’ 단어가 당시 마차를 끌었던 말의 꼬리(tail)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테일게이팅이 본격화된 것은 이동식 가스버너가 대중화된 1980년대부터다. 사람들은 경기 전 주차장에 모여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보편적인 픽업트럭의 뒷문을 열면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된다. 순식간에 작은 공간이 만들어지고 식탁이 차려진다. 옥외 공간의 파티여서 실내 스포츠인 농구나 하키보다는 가을날 야외에서 열리는 미식축구에서 더 보편적이다. 요즈음에 새로 설계되는 경기장은 주차장과 연결하여 테일게이팅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꾸며놓기도 한다.
테일게이팅은 북미의 대표적인 문화다. 그 규모도 점점 커지고 종류도 늘어났다. 텐트에 위성안테나를 설치해서 TV로 경기도 보고, 서커스나 마술쇼 같은 거리 공연, 심지어는 현악 사중주 연주도 있다. 보통 경기 전 3-4시간가량 즐기지만 열정 팬들은 새벽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흔히 먹고 마시는 행사로 알려져 있지만, 스포츠 경기를 계기로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회적 이벤트의 성격이 훨씬 크다. 연고팀의 경기가 있을 때 친구와 가족, 동문들과의 재상봉을 위해서 몇 시간을 운전해서 참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응원하는 팀이 있으므로 세대 간의 결합에도 큰 몫을 한다. 그야말로 서민들의 페스티벌이자 실용적인 피크닉이다.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기고자 하는 마음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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