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웠던 골프..이제 작별합니다"
최나연(35·사진)은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아칸소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두 차례 기적과 같은 8번 아이언샷을 휘둘렀다. 공식 은퇴를 선언한 지금 돌이켜봐도 당시의 아이언샷은 최나연 골프 인생 최고의 샷이었다.
최나연은 당시 16번홀(파4)에서 오르막 142야드(130m)를 남기고 8번 아이언을 꺼내들었다. “그린에 한 번 튀고 공이 사라져 그린을 넘어 갔는가 싶었는데 갤러리 사이에서 ‘이글, 이글’이란 말이 들렸다”고 당시를 기억한 최나연은 여기서 환상적인 이글을 잡고 선두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1타 차로 추월했다. 이어 148야드(135m) 17번홀(파3)에서도 8번 아이언 티샷으로 홀 25㎝ 옆에 붙이고 버디를 추가하며 2타 차 우승으로 LPGA 투어 통산 9승을 쌓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6승을 더해 한·미 통산 15승을 거두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최나연이 은퇴를 선언했다. 최나연은 5일 에이전트사 지애드스포츠를 통해 “제 인생의 전부였던,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웠던 골프를 그만하려 한다”며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또 많이 그리울 것 같지만, 이제부터는 저의 두 번째 인생을 신나게 살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2004년 KLPGA 투어에 뛰어들어 2007년 6승을 거둔 최나연은 “16살에 프로로 데뷔해 KLPGA에서 3년간 투어 생활을 했고, LPGA 투어로 진출해 프로 생활을 한 지 벌써 18년이 됐다”며 “지금이 제가 은퇴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고, 저를 위해 또 한 번 후회없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나연은 2015년 ‘기적의 8번 아이언샷’ 이후 우승하지 못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력이 떨어졌고, 2012년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받은 이 대회 10년 자동출전권이 마감되는 올해 은퇴를 결심했다. 최나연은 “막상 은퇴하려고 하니 많은 외국 선수들을 사귀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어에 익숙하지 못하고 낯가림도 있어 해외 친구들과의 관계는 늘 뒷전으로 미뤄졌다”며 “그들에게 마냥 힘내라는 말보다는 가끔 여유를 갖고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지 아껴주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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