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흥분..부산, 다시 영화의 바다로
양조위,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3,000석이 꽉 찼다. 많은 관객이 마스크를 벗었다. 어둠이 깔리고 개막작인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가 스크린에 투사됐다. 부산에서 27번째 영화의 바다가 열렸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5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막식을 열고 10일 동안의 축제에 들어갔다. 2019년 이후 3년 만의 정상 개최다. 코로나19로 2020년, 2021년엔 행사가 축소돼 열렸다. 지난해의 경우 상영관 좌석 50%만 관객을 받았다. 올해는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면 행사 규모와 진행 방식이 코로나19 이전과 차이가 없다. 71개국에서 공식 초청된 영화 242편이 영화팬들과 만난다.
이날 개막식 개시는 레드카펫 행사가 알렸다. 국내외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영화의전당으로 입장했다. 홍콩 배우 양조위(60·량차오웨이)를 비롯해 국내 배우 문성근 송강호 박해일 정해인 정일우 김규리 변요한 옥택연 신하균 한예리, ‘타이타닉’(1997)과 ‘아바타’(2009)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제작자 존 랜도 등이 관객 환호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이후 지난 5월 7일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에 대한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하이라이트는 양조위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이었다. 그가 무대에 오르며 개막식 행사는 정점에 이렀다. 양조위는 올해 최고 해외 손님으로 꼽힌다. 이날 개막식 사회는 배우 류준열 전여빈이 맡았다.
개막작 ‘바람의 향기’는 이란 남서부 지역 데다쉬트를 배경으로 장애인 부자와 전기기사의 특별한 사연을 그린다. 전신마비 아들을 간호하는 하반신마비 아버지를 돕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전기기사의 모습이 인간의 선의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웅변한다. 이란 감독 하디 모하게흐(43) 감독의 신작이다. 모하게흐 감독은 전기기사로 연기를 겸하기도 했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 ‘아야즈의 통곡’(2015)으로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뉴커런츠 부문은 아시아 신예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경쟁 부문으로 뉴커런츠상은 부문 최고상이다.
모하게흐 감독은 개막식 전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5년에 이어 다시 한국에 왔는데 집에 온 듯한 기분”이라며 “미스터 김(고 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과 함께했던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개막작 선정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아 스스로 ‘왜’라고 질문했다”며 동석한 허문영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왜 개막작으로 초청했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모하게흐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이란 영화 발전에 특히 많은 도움을 줬다”며 “이란 영화인 모두 부산영화제를 존중하고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람의 향기’를 “인간의 선의에 대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저희 삶에는 사회적이든 정신적이든 여러 장애가 있는데 장애를 만났을 때 사람들 태도를 보여주는 게 제 주제였다”며 “뭔가 보상받지 않은 일을 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으나 인간은 그렇게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관 밖 축제 분위기는 영화제 기간 내내 지난 2년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영화제 개막 리셉션 등 공식 파티를 비롯해 영화사들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주최하는 크고 작은 파티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이 즐겨 찾을 주점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영업시간 제한이 없다. ‘부산국제알코올축제’라는 우스개가 따를 만큼 국내외 영화인들 교류의 장이었던 부산영화제의 숨은 역할이 되살아나게 됐다.
허문영 집행위원장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허 위원장은 개막식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막식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며 “아직 극장 가길 망설이는 정서가 남아있어 2019년 기준 80~90% 정도 관객이 오리라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15일 일본 영화 ‘한 남자’ 상영과 함께 막을 내린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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