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 지하 1000m 동굴..열려라, 우주의 원리
지상서 관찰 힘든 ‘암흑물질·중성미자’ 연구…내년부터 본격 가동
우주에 존재하지만 질량 같은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특수한 물질을 포착해 분석할 첨단 실험시설이 국내에 들어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5일 강원 정선군 예미산에 건립된 지하 실험시설인 ‘예미랩’ 준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예미랩은 예미산 지하 1000m에 만들어진 고심도 실험시설이다. 2017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308억원이 투입돼 건설됐다. 세계 주요 고심도 지하 실험시설 가운데 6번째 규모(3000㎡)다.
가장 큰 시설은 이탈리아에 있는 그랑사소 국립연구소로, 면적이 1만㎡에 이른다.
예미랩은 예미산에 있는 철광석 광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예미랩을 지은 인력들은 지상에서 600m 아래로 내려가는 기존의 광산용 수직갱도를 활용해 지하 깊은 곳까지 진입한 뒤 추가로 터널을 파 실험시설을 완성했다.
예미랩에서는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암흑물질’과 ‘중성미자’를 들여다 본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의 26%나 차지하지만, 현재는 실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당연히 눈으로도 볼 수 없다. 과학계는 암흑물질이 우주의 작은 물질을 뭉치게 해 별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한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입자다. 전기적 성질을 띠지 않으며, 아직 정확한 질량은 측정된 적이 없다. 현재까지 세 종류의 중성미자가 발견됐는데 과학계는 더 다양한 종류가 있을 것으로 본다. 중성미자의 실체를 밝혀내면 현재 우주가 구성된 원리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암흑물질이나 중성미자는 지상에서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주에서 끊임없이 지구로 날아드는 양성자 등을 뜻하는 ‘우주선(cosmic ray)’이 암흑물질과 중성미자에 섞여 ‘잡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잡음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토양이 켜켜이 쌓인 지하 깊은 곳에 암흑물질과 중성미자를 포착할 실험시설을 짓는 것이다. 토양이 방해물인 우주선을 거르는 체 역할을 하는 덕분이다.
예미랩이 지하 1000m에 지어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암흑물질과 중성미자를 포착할 목적의 실험시설을 지하 1000~2000m에 지어 운영한다. 중국에서는 깊이가 2400m에 이르는 실험시설을 만들었다. 박강순 IBS 책임기술원은 “한국 연구진의 기술력은 1000m까지만 들어가도 잡음을 잘 걸러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IBS는 강원 양양군에서 운영 중인 지하 700m짜리 실험시설에서 분석 장비를 옮겨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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