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조 늘린 온누리상품권, 전통시장 점포 40%서 못 쓴다
가맹점 아예 없는 시장 107곳
전통시장 없는 곳 사용 불가
지역화폐처럼 학원 등 안 돼
"확대안 마련 않고 양만 늘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온누리상품권’을 전통시장 점포 10곳 중 4곳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내년에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추진한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줄이는 대신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1조원 증액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야당 정책’을 지우려고 가맹점 확대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온누리상품권에 힘을 싣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5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 점포 및 노점 21만5622곳 중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61.6%인 13만2772곳이다. 인천 지역 가맹률이 46.8%로 가장 저조했고, 서울 지역 가맹률이 46.5%로 두 번째로 낮았다. 서울에서는 중구에 있는 남대문시장(28%)과 방산종합시장(9.7%)의 가맹률이 눈에 띄게 낮았다. 반면 대전(98.8%)·전북(84.9%)·세종(84.8%)·경기(84.7%) 지역은 가맹률이 높았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1곳도 없는 시장은 전국에 107곳이다. 가맹률이 100%가 넘는 시장은 380곳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온누리상품권 가맹을 맺었다가 폐점된 점포도 포함된 수치”라고 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 2009년부터 발행됐다. 가맹점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제품 가격의 5~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종이·모바일 상품권에 이어 지난 8월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도 출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기획재정부는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추진해온 지역화폐 예산을 줄이는 대신 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8월30일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을 단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도 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을 기존 3조5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1조원 증액하겠다고 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주로 규모가 작은 점포에서만 쓸 수 있다. 지역화폐는 사용처가 특정 지역으로 제한되지만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상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28)는 통화에서 “제로페이(서울시 간편결제)는 QR코드를 한 번만 찍으면 결제가 되고, 사용내역도 애플리케이션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A씨(27)는 “학부모 대부분이 (지역화폐와 연계된) ‘이음카드’로 학원비를 결제한다”고 했다. 신 의원은 “정부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네트워크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권 발행량 늘리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며 “가맹점 등록률을 향상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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